ADVERTISEMENT

긴장예상되나 출구막힌건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2일의 국회사태로 정국은 난기류에 빠지고 말았읍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력부재라는개탄의 소리가 높습니다.
-민정당은 이번사태를 『불가피했다』는 말로 설명하고 있읍니다.하나를 주면 둘을달라는 식이니 어쩔 방도가없었다는 것이지요.
-헌법연구특위를 협상카드로 내놓은것은 사실 민정당에는 엄청난 결심이었는데야당은 그걸 받고도 다시 조감법을 새삼 들고 나오고 명칭도 「연구」로는 안된다고 나왔으니 도저히 들어줄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본회의장을 바꾼 사태에대해선 야당과 물리적 충돌을 않기위해서는 딴도리가 없었다고하더군요.
-민정당측은 그래도 사람이 다치거나 하는등의 불상사 없이 예산안을 통과시킨것을 다행스러워합니다.
-민정당의 처지를 이해한다손 치더라도 이렇게밖에 할수없느냐는 물음에 민정당이설명할수 있는 폭이 그리 크지는 못할겁니다.
-신민당의 경우 민정당을비난하면서도 책임의 반이 자기들에게 있는것을 인정합니다. 자체내의 갈등요인이 파국을 초래했음을 부정못하기때문입니다.
민정당의 헌연특위제안에대다수가 찬성하면서도 그것을공론화 할수 없었으니까요.
-사실 신민당의원들은 지치기도 하고 체념도 하고있었기때문에 민정당이 자기들로서는 불가항력적으로 빨리해치워주기를 기대하는 심리도 있었어요.
-사태후 김형내의원이 무기한 단식농성을 제의하자 의원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다가 이민우총재가 시한부농성을 하자고 하니까 즉각 호용하더군요.
-김동주의원이 민정당의총장소에 뛰어들었을 때 『국회의원을 더하고 싶은데 왜 자꾸 파국을 재촉하느냐』고 외친것은 그만의 생각은 아닐겁니다.
-무엇보다도 이민우총재의강경일변도식 밀어불이기 전법이 사태를 촉발했다는 지적도 있읍니다.
-두 김씨의 작용도 대조적입니다. 김영삼씨는 김총무를 통해 『단계적으로 얻어내면 족하다』는 식의 지시를내린 반면 김대중씨는 양형식부총재·유제연 사무총장을통해 강경주문을했던것 같아요. 동교동측에서 원내투쟁보다는 자기들이 유리하다고생각하는 재야가 중심체가 되도록 유도한 듯싶습니다.
-민정당이 그나마 안을내게 된것은 이런식으로 나가서는 안되겠다, 있는 문제를없다는 식으로 끌고나가서는 풀수없다는 공감대가 크게 형성됐기 때문이었읍니다. 그래서 기정방침과는 달리 당간부들이 움직일수 있었고 결국 노태우대표위원이 고위층의 허락을 받았다는 것 아닙니까.
-재무위의 단독 통과에대한 자성도 그런 분위기 조성에 일익을 했다더군요.
-헌법을 둘러싼 시비로 더이상 국론분열이 되는것을 방관할수 없다는 생각도 있었겠고 개헌특위 찬반토론을벌인 운영위에서의 「승리」가자신감도 주었고….
-그래서 내년봄 정국에 쓸비장의 카드가 일찍 나오게된 것인데, 해도 꼭 불리한것만은 아니라는 발상도 있는것 같아요.
-민정당이 헌특구성을 제안한 것은 그동안의 입장으로 보아 하나의 「사건」이라고 해도좋을 일이였죠.
-정순덕총장이 1일낮 의장실에서 김동영신민당총무를접촉한후 외부의 요노를 접촉한데 이어 노태우대표위원과의 만찬에서 최종 마무리됐다는 후문입니다.
-그러나 그런「안」이 위로 보고되는 과정에서한때흔들렸고 노대표도 『이젠 하는 수없다』며 단독처리가 불가피하다는 비관으로 쏠리는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읍니다. 그러다 밤11시쫌 노대표가 전화를 받고 안으로서 최종 확정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몇번의협상과정을통해 마침내 「금년내구성」까지 이루어질수있었던것은노대표가 동석해있던 김종호예결위원장등 당직자를 내보낸채받은 전화를 통해서였읍니다.한 당직자는 「큰선물」이었다고 말하더군요.
-이같은 발전에 대해 이종찬전총무는 『거기까지 나갔어』라고 놀라움을 표시했고, 최병렬의원은 『설마』라고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일정도였어요.
-어쨌든 여야협상의 결렬로 구체화되지 못한것은 아쉬웠읍니다.
-그려고보니 여야 모두비난받을 점이 많습니다.민정당은 대화의 여지가 있는데도 성급히 결단을 내버렸고신민당은 민정당의 재의를 좀더 적극적으로 수용할수 있었는데도 놓쳤으니까요.
-어쨌든 민정당이 『노력을했으나 신민당이 저렇게 나오는 바람에』라는 변명은 논리의 공백이 큽니다. 때문에예산통과를 위한 방편으로 헌법연구특위를 내놓았다는 혐의를 벗기 어렵습니다.
-통과의지는강하고 그러니 대화노력은 쉽게 포기될수밖에 없고….
-거기에 의총이라는 호기가 생겼으니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겠지요.
-조금전 이신민당총재의강경추구 성향을 얘기했읍니다만 그의 욕심도 비판받아야 하겠읍니다.
-강경이 곧 선명이고 강경으로만 살아남겠다는 사고방식은 시정돼야 합니다. 실은 강경은야당이 가장 하기쉬운 선택이죠.
-「연구」도 괜찮다던 사람들이 공개석상에서는 이를말하지 못한채 총재에게 결정을 떠넘기는 풍토, 즉 책임을 지지않겠다는 의식이 자리하고 있으니 일을 이렇게끌고온겁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조감법이 재무위에서 쉽사리 단독 통과된 것은 커다란 미스터리 중의 하나였읍니다. 농성사태의 진행과정 속에서두고 두고 문제가 되더군요.
-더구나 그런 의혹이 재무부등 관련기관의 로비활동과 연결되어 무성한 소문을낳기도 했읍니다.
-지도부도 뻔히 문제가될줄 알았으면서도 적극적인대처를 안한 것은 이해되지않는 처사예요. 심지어 지난8월 모고위당직자는 재무위간사를 불러 『통과시켜 줄수없느냐』고 당내로비까지하더라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지 신민당 법사위원들은 조감법 저지를 지시받고 『사생아를 우리 보고떠맡으라는 얘기냐』고 반발했다는겁니다.
-이번 과정에서 재무위원들은 무엇엔가 쫓기듯 이곳저곳에서 선봉을 서더군요.
-어쨌든 본회의마저 날치기 통과되는 바람에 재무부조차 손질할 작정이던 양도세부문등일부 조항이 수정없이 넘어간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이번과정에서 관심을 모은 사람은 최영철부의장과김종호예결위원장 이었읍니다. 이재형의장은 『좀더 클수있는 사람인데 내가 몹쓸것을 시켰다』고 최부의장에대해 애석해 했다는군요.
-김예결위원장은 최선을다하고도 결과적으론가장큰모욕을 당하는등 곤욕을 치렀읍니다. 야당의원들도 개인적으로 미안해 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신민당은 장외투쟁을 선언했는데 그렇게되면 정국은 악화일로를 걷지 않을까요.
-그러나 신민당이 쉽사리민추와 연계, 1천만서명운동이나 개헌추진본부의 시도지부구성등10·26직후처럼 군중속으로 직접 뛰어들기에는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두 김씨간의 호흡조정이먼저 이루어져야 할 필요성이 있겠지요.
-실제 민추에 속해있는 80여명의 현역의원도 파국으로몰고 갈 장외투쟁에 대한 각오는 아직 뚜렷한것 같지는않습니다.
-민정당도 「장외화」는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을 굳히고 있지요.
-이번 사태로 민정당내에서는 현 국회의 기능자체를회의하고 정계 개편 필요성도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이번 국회운영에서 제기된문제점도 다시한번 따져보고어떤 형태든「반성」을 표시하는 계기가 필요하다는 분위기입니다.
-정국이 여야이상의 관계에서 긴장이 예상되기도 한다는 것이지요.
-어쨌든 정국이 다소 혼돈에 빠질것은 예상되고 당분간 대표회동등 고위정치회담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이번 여야 협상에서 나왔던 헌특이 매개체로다시 활용될 가능성은 높습니다.
-의정사의 불행속에서도여야 대화의 꼬투리가 남아있는 것은 하나의 위안입니다. <정리=김현일·이재학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