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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연구·교육 너무소극적이다"정부의 재기술계획 계기로 살펴본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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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현대사 교육문제가 논의의 초점이 되고 있다.
정부와 민정당은 최근 날로 격화되고있는 학원사태 발생이 8·15이후의 현대사를 부정적으로보는 시각에도 그 원인이 있다고 보고 문교부·문공부등 관계부처와 국사편찬위원회·한국정신문화연구원등 관계기관들의 협의아래 현대사를 전면 재기술할 방침인것으로 알려졌다.
학계는 현대사가 어떤 방향으로 재기술될지 강한 관심과 함께 조심스런 우려를 보이면서 이런 움직임이 기존의 산적한 현대사 교육문제를 타개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기도 했다.
학자들은 현대사 교육의 문제점은 아무래도 현대사 연구를 강화하는데서부터 풀어나가야 한다고 보고있다.
무엇을 가르치든 먼저 연구가 선행돼야 하는데 현대사, 특히 8·15이후의 역사연구는 거의 황무지 상태에 있기 때문.
단편적인 연구업적들은 보이지만 이를 종합한 역사적 평가작업은 극히 부진한 실정이다.
유영익교수 (한림대·한국사)는 『현대사를 전공하는 역사 학자의 수는 극히 적다』 면서 『대학의 역사학과에서 한국현대사를 교과목으로 개설한 학교는 고려대 하나쯤으로 알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극단적으로 말해서 우리의 현대사 연구는 외국에서 먼저 착수돼 그 결과를 수입, 활용하는 입장이 됐다』면서 『현대사 연구의 급선무는 한국현대사 자료관과 전문연구기관을 설치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국사학자들이 현대사 연구를 주저하는 이유로는 그 시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보장될만한 조건이 이루어져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견도있다.
그러나 현실을 외면한 역사학은 학문적 객관성과 학문의 현실 기피성을 혼동한것에 다름아니라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있다.
20세기전반기 우리역사의 시대정신이 민족해방의 관철이었다면 현재 당면한 후반기의 그것은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의 달성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오늘의 정치·경제·문화적 현상이 훗날 역사적 평가를 받을땐 그것이 얼마나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에 공헌했느냐가 평가의 기준이 될것이라는 것이다.
현대사 교육의 또다른 문제점은 연구와 교육의 분리현상에서 나타난다.
미진하나마 진척된 연구성과도 제대로 교육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편으론 학계의 국사교육에 대한 무관심과 방관에서, 또다른 면에선 현행국사교과서의「국정화」에서 연유한다.
역사학이 역사교육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우리국민은 투철한 역사의식을 갖지 못할 것이며 그 재앙은결국 역사학자에게도 돌아간다.
왜냐하면 허위의 역사의식 위에서 역사학자의 양심은 설땅을 잃고 역사학은 파탄을 맞개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사학계가 국사교육 문제에 무관심한 것은 앞서 지적한대로 현재의 요구를 외면하고 도피하는 학문풍토와 상통한다는게 학계의 지적이다.
뜻있는 학자들은 역사의 연구성과가 역사학계 전체의 주체적인 편찬에 의해 교육에 연결되고, 교육현장에서 얻어진 문제의식이 곧바로 연구작업의 소재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주체적 민족사관」 을 수립한다고 할때도 민족사의 어둡고 부끄러운 부분을 가리거나 억지로 미화시킬게 아니라 그 모두가 우리 민족 스스로의 의지와 책임하에서 이뤄진 사실임을 확인하고 거기서 민족의 창조적 발전의 원동력을 찾고 그 의미를 분명히 부여해주는 작업을 펴야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국정 국사교과서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강만길교수(고려대·한국사)는 『국사교과서 서술의 책임이 국사학계에 주어겼을 땐 그 막중한 책무가 당연히 국사학계 전체에 지워지지만 현재와 같이 정부 전담의 유일한 국사교과서를 써야되는 경우 국사교육의 중책은 정부가 짊어질 문제』 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정의 국사교과서는 당대의 정권이 갖는 역사적 성격과 위치를 나타낼뿐 아니라 국사교육을 통해 그 정권의 성적을 강요하는 결과를 빚기도 한다』 면서 다소의 부작용이 있더라도 국사교과서는 국사학계에 맡기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교수는 『국사교육을 통한 애국심 교육은 어떤 정치적 목적으로 정형화돼선 안되며 학생들이 스스로 애국심을 기를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는데 그쳐야한다』 고 주장했다. <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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