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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폰’ 블랙베리, 스마트폰 시장서 퇴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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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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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적한 화면 아래 아기 손톱만한 버튼의 ‘쿼티(컴퓨터 자판 배열)’ 키보드, 일명 ‘오바마 폰’으로 알려진 블랙베리 클래식(사진)이 단종된다. 블랙베리의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랄프 파이니 최고운영책임자(COO)는 5일(현지시간) “클래식 모델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파이니 COO는 “오랜 시간 클래식 모델이 사랑을 받았지만, 오늘의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수명을 다했다”고 말했다.

아이폰 나온 뒤 매출 곤두박질

블랙베리는 ‘원조 스마트폰’으로도 불린다. 1999년 통화만 가능하던 휴대전화 시장에 처음으로 무선으로 이메일에 접속하는 제품을 내놨다. 쿼티 키보드를 탑재해 서류를 작성할 일이 많은 고소득 전문직 사이에서 특히 인기를 끌었다. 이메일과 문자 등을 자체 네트워크에서 암호화한 다음 처리했기 때문에 보안성이 높다는 것도 마니아층을 형성한 비결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전부터 최근 스마트폰을 바꿨다고 공개하기까지 줄곧 블랙베리만 써 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블랙베리 사용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느린 변신이 발목을 잡았다.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시장 점유율은 곤두박질쳤다. 자체 운영체제(OS)인 BB10은 애플의 iO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처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하지 않았다. 마니아층을 형성한 비결이었던 버튼식 키보드도 터치형 스크린이 대세가 되고 나선 강력한 무기가 되지 못했다. 올 2~5월 이 회사는 6억7000만 달러(약 7785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 기간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세계에서 50만대에 그쳤다. 장기적으론 블랙베리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고 기업용 보안솔루션 등 소프트웨어 사업에 전념할 가능성이 크다.

존 챈 블랙베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9월까지 스마트폰 수익성이 향상되지 않으면 소프트웨어 회사로 전향하는 걸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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