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호기,보고만 있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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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엔화는달러당 2백엔에 접근함으로써 앞으로의귀추가 비상한주목을 끌고있다.달러·엔의 변동폭과 방향,변동속도는 80연대 후반기의 세계경제에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것이므로 주의깊고 면밀하게 검토하고 대응해야할 중요한 사안이다.
이 문제는 워낙 미묘하고 예측키어려운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지배될것이기 때문에 정부와 연구기관,산업단체나 개별기업들의 공동분석과 긴밀한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대내적 과점과 대외적 과당경쟁이 두드러져온 국내산업계가 이런 공동보조와 협의에 덜 익숙한점이 걱정되나 정부와 민간단체들이 거국적으로 기능을 발휘한다면효율적인·대응방향이 잡힐수 있을것이다.
9월말이후달러약세화·엔강세가진전되면서 국내산업계와 정부는 대체로 낙관적 분위기에 젖어있는반면 원자재와 공산품의 수입비중이높은 일부산업에서는 환율부담이 크게 늘어나 이해가 엇갈려있다.
경제구조가 미·일에 집중적으로의존해있는 우리로서는 달러·엔의평가설정방향에 너무 크게 영향받을 것이므로 이에 대응하는 환율·무역·산업정책의 리스크도 그만큼커진다.
그러나 이같은 달러·엔의 변화가 거꾸로 우리경제의 구조적 문제들, 예컨대 수출시장의과도한 편중이나 뿌리깊은 대일무역적자, 자재와 부품·기계류의 지나친 대일의존등을 장기적으로 개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수 있다. 국내인플레율의 두배가 넘는 달러환율인상과올들어만 30%이상씩 평가를 절하한 엔·마르크·파운드·프랑환율은우리의 현행 환율결정시스팀으로는좀처럼 가능하지않은 특별한 상황이다.이런 특수한 여건은 통상의국제통화체제에서는 나타날수 없는환경이므로 우리로서는 매우 귀중한 전기로 삼아야한다.
우리의 최대관심은 이같은 달러·엔의 변화가 대일의존구조의 탈피에 기여할수 있어야한다는 점이다.현재의 무역구조는 공산품수입의 40%를 일본에 의존하고있다.더우기그것도 수출의 부가가치를 좌우하는 원자재·중간재와 기계류등이 대부분이다.
지금의 대일수입구조를 개선하지않는다면 달러하락과 엔강세에따른 수출증가가 아무리 현저해도 실속없고 국내물가에 나쁜 영향만 증폭될 뿐이다. 이런 현상은 이미중간재의 의존도높은 일부 전자·전기산업에서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이경우 일본은 엔고등의 부담을개도국들에 쉽게 떠넘길수 있게 된다.이런 현상을 더이상방치해서는 안된다.우선 무엇보다도 기계류수입선의 전환을 적극 모색하는한편 국산화 대체계획을 앞당겨야 한다. 중요한것은 기술이지만 이문제는구미의 대체기술이나 기술개발의 강화로 장기대응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산화 대체의 요체는 결국 대체조건의 개선이며 이 문제는 국내금융과 조세로 해결하는 수밖에없다.
대미환율은 지금의 수준을 유지할 경우 달러하락에 의한 대미수출감소와 공산품수입가 상승등의 부작용을 어느정도 상쇄할수 있다. 구미시장에서의 일본상품과의 경쟁을 더욱 강화하고 수출시장의 다변화에도 노력한다면 엔고등·달러하락은의외로 의미있고 다양한 무역·산업구조개선의 호기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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