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범들, 여권추첨 살해순서 결정|피납애기 공포의 현장…승객들 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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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비행기 납치는 아테네공항을 이륙한지 10분만에 시작됐다. 4번좌석에 앉았던 28세가량의 남자가 가방에서 권총을 꺼내들고 일어섰다.
그는 기내 앞쪽에 있던 승무원들을 향해 뛰어가고 뒤쪽에서도 납치범 1명이 일어나 아랍어로 『꼼짝말라』고 외쳤다
○…특공대의 기습공격이 감행되는 틈을 타 탈출하면서 납치범이 발사한 총알이 귀밑으로 스쳐 가까스로 살아났다는 「갈랄」기장은 『아테네를 떠난지 10분쯤 지났을 때 납치범 1명이 안전핀을 뽑은 채 조종실로 들어와 내머리에 총을 겨눈뒤 몰타로 가라고 명령했다』고 납치 첫순간을 회상했다.
「갈랄」기장은 『곧이어 비행중인 기내에서 5명의 납치범과 보안승무원간에 총격전이 벌어져 납치범 1명이 사망하고 보안원 1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순간 기내압력에 이상이 생겼으며, 따라서 황급히 발레타에 비상착륙했다고 밝힌 「갈랄」기장은 『주범 「나빌」이 최종목적지는 밝히지 않고 공항당국에 대해 최종목적지로 가기 위한 연료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납치범들은 여객기를 발레타공항에 강제착륙시킨 후 이집트 여인이 탑승하고 있는 지 확인하고는 이들을 풀어줬다.
그 다음을 필리핀여인들이 뒤따랐다.
납치범들은 승객들의 여권을 빼앗아 추첨으로 살해 순서를 정했다.
먼저 이들은 이집트여성을 추첨, 그냥 나가도 된다고 말했다. 그다음은 이스라엘여성을 찾았다. 20세가량의 한 여성이 일어섰다. 납치범들은 이여성의 머리에 총을 쏜뒤 활주로에 내던졌다. 기내는 최초의 「처형」을 목격하고 공포의 도가니로 변했다.
납치범들은 몰타정부가 재급유를 계속 거절하자 실제 15분이 지나 다시 인질살해를 재개했다. 이런식으로 이스라엘인, 미국인등 모두 6명이 살해됐다.
납치범들은 처음 15분의 시한을 설정했다가 30분으로, 다시 30분에서 한시간, 한시간에서 두시간으로 시간을 늘렸으나 협박 그대로 실행하는 냉혹성을 드러냈다.
○…주범 「나빌」이 화장실에 가느라 잠시 조종실을 떠난 사이에 기장은 관제탑에 납치범들의 거동과 비행기문이 모두 안으로 잠겼다는 메시지를 보낼수 있었다.
이어 특공대의 기습공격이 시작되자 주범「나빌」은 승객 좌석 첫줄에서 수류탄을 던진 뒤 「갈랄」에게 총을 발사했으나 그는 맞지 않았으며 옆에 있던 손도끼를 들어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
○…납치범들은 이때 3발의 수류탄을 기내에 터뜨려 어린이 전원을 비롯한 승객 50여명이 사망했다.
피랍기에 탑승한 미국인 3명 가운데 한 사람인 「재키닝크·프룩」여인(30)은 구출작전이 전개되기 전 손을 뒤로 묶인채 뒤통수에 총을 맞았으나 얼굴에만 부상을 입는 기적으로 살아날 수 있었다고 그녀의 가족들은 말했다.
이들은 「프룩」여인이 손을뒤로 묶인채 기내 복도에 꿇어앉혀졌으나 총탄을 머리뒤로 맞고 비행기 밖 활주로로 던져져 코가 으스러진 그녀는 현재 몰타의 한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있다고 전했다.
○…「라이언즈」씨(46)는 이집트군 특공대가 현장에 투입된 순간 납치범들과 승객들을 구별하지 못해 무차별 난사를 했으며 총격전이 벌어지자 승객들은 우왕좌왕하며 아비규환을 연출했다고 말하고 자신은 납치범들에게 사살되기 바로직전 특공대가 들이닥쳐 수류탄이 터지는 바람에 목숨을 건졌다고 기뻐했다.
○…「패트릭·베이커」(28)라는 미국인 승객은 납치법들이 그를 향해 총을 발사했으나 다행히 가벼운 상처만을 입고 쓰러져 죽은체하다가 그들이 감시의 눈초리를 딴데로 돌릴때 여객기 바깥으로 몸을 굴려 떨어진후 다시 죽은체해 확인사살을 면할수 있었다면서 자신이 세계에서 가장 행운아라고 말했다.
○…「질베르·브리앙」(36)이라는 프랑스인 승객은 특공대가 기습작전을 감행할때 또다른 승객 1명과 여객기의자 밑에 숨어 치열한 총격전에서 살아남았다고 말하고 납치범들은 특공작전이 있기전 2명의 젊은 이스라엘여인들을 가장 먼저 사살한 뒤 미국인여인 2명과 남자 1명을 무참히 사살했다고 당시를 회상.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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