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탕트 부활의 새 징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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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년만에 재개된 미소 정상회담은 의외로 좋은 징후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레이건」-「고르바초프」회담에 대한 세계인의 기대는 70년대 후반이래 계속돼온 미소 신 냉전체제의 청산과 데탕트의 부활에 있었다.
양국의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일부 문제에 대해서는 이견이 심각했고 그것을 좁히는데는 회의적이었지만 몇 가지 중요한 원칙에 합의함으로써 미소관계가 새로이 화해의 길에 들어섰음을 믿게 하기에 충분하다.
우선, 두 정상이 인류 최대의 위협요소인 핵전쟁은 물론, 일체의 전쟁방지와 핵무기 및 우주분야에서의 군비축소에 대한 노력을 계속하고 양국의 정치·경세·문화적 협력체제를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함으로써 이번 회담은 양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성공적인 출발을 해 나가고있음을 확인했다.
다음은 2일간의 회담이 시종 화기 넘치는 가운데 진지하게 진행됐다는 분위기문제다.
이것은 「레이건」이 소련을 「악마의 제국」이라고 지칭하거나 서로 상대방 주최 올림픽을 동맹국들과 함께 거부하고 경제관계를 단결했던 그간의 양국관계에서 볼 때 큰 전환임에 틀림없다.
셋째는 그같은 합의된 원칙들을 구체화하여 발전시키고 좋은 분위기를 정착시켜 나가기 위해 양국의 정상과 각료급의 회담을 정예화하기로 한 점이다.
이에 따라 86년과 87년에는 두 정상의 상호방문과 회담이 열리고 이와 병행하여 각료급의 실무접촉이 있게 될 것이라 한다.
양국은 지역분쟁을 논의하면서 한반도문제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의 양국의 관심사는 전반적(general)이고도 범세계적(global)인 사항에 관한 원칙문제 협의에 있었던 만큼 국지문제의 해결에는 크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분명하고도 다행스러운 것은 양국이 화해의 길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물론 그 앞길이 그렇게 순조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으로서는 「레이건」 집권이후 군사력을 크게 증강, 소련과의 균형을 회복하여 이제는 경제문제에 전념해야 할 때다.
소련으로서도 군비일변도 정책의 강행으로 어려워진 경제재건이 시급한 과제로 등장했다.
더구나 집권기간이 길 것으로 예상되는 젊고 야심 있는 「고르바초프」는 이미 경제우선 노선을 제시해놓고 있다.
이 같은 양국의 국내사정과 아울러 군비경쟁보다는 화해를 촉구하는 동서구 동맹국들의 압력이 겹쳐 미소화해는 쉽사리 후퇴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우리의 관심사인 남북한문제와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문제도 미소화해 회복과 전반적인 데탕트 등 큰 흐름 속에서 점차적인 개선과 진전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지금의 지지부진한 남북대화를 포함하여 유엔동시가입과 강대국의 교차수교 등도 그런 맥락 속에서만 순조로운 해결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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