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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바초프, "레이건 출연영화 본적 없다"|미소정상회담주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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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네바=주원상 특파원】「레이건」대통령부처를 위한 19일 소련 측 주최만찬에는 보드카대신 그루지아산 포도주가 나왔다.
소련측 한 대표는 지난여름부터 소련공산당 공식파티에는 보트카를 내놓을 수가 없도록 됐으며 이 같은 결정은 철저한 금주운동을 펼치고 있는「고르바초프」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귀띔.
그러나「레이건」대통령이 주최하는 만찬에는 변함없이 캘리포니아산 백포도주가 선보였다.
블랑 드 블랑이란 이 포도주는 캘리포니아주 포도로 만들어지는데 이번에 스위스에 공수된 것은 82년도 산이라고.

<"어제 회담 훌륭했다">
「레이건」미대통령이 제2차 정상회담을 위해 이곳 소련대표부에 도착했을 때 한 기자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습니까』라고 큰소리로 묻자「레이건」대통령은『아직 시작한 것이 없다』고 응답했다. 「레이건」대통령은 이 기자가『그럼 어제는 어떻게 됐습니까』라고 재차 묻자『훌륭했지』라고 짧게 대답하고 고위보좌관들에 둘러싸인 채 공관 안으로 사라졌다.

<소기자에만 기사 흘려>
제네바 정상회담 취재를 위해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기자들은「고르바초프」소련공산당서기장이 19일 이번 회담취재에 사전약속이 되어있는 발표금지규정을 어겼다고 맹비난.
「고르바초프」는 이번 회담의 중요성에 따라 회담이 끝날 때까지는 아무런 진행사항도 발표하지 않기로 한 약속과 달리 이날 소련대표부에서 가진 미국의「제시·잭슨」목사 및 그 사절단과의 회담내용을 소련기자들에게 공개, 다른 기자들은 모두 뒤통수를 얻어맞은 격이 됐다는 것.
세계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제네바시의 엄청난 택시요금에 보도진들만 골탕먹고 있다.
미백악관 기자실이 있는 인터콘티넨틀로부터 택시로 3분 거리에 있는 프레스센터까지 가려면 4달러의 택시요금을 지불해야 할 실정이다.
제네바시의 한 택시운전사는 회담기간 중 평소 수입의 배를 올리고 있다고 즐거운 비명.

<레이건 사진 소지 게재>
「레이건」미대통령이 소련공산당기관지 프라우다 1면에 제네바에서「고르바초프」와 대좌하고 있는 모습이 처음으로 보도됐다.
「레이건」대통령은 그동안 소련TV에서 수차례 방영됐으며 선전물이나 신문만화는 미사일을 타고 있는 카우보이로 묘사되어 왔다.
「레이건」대통령과「낸시」여사가 19일 소련 측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키 위해 소련대표부에 도착직전 이 건물의 퓨즈가 나가는 바람에 잠시 정전이 되는 소동이 벌이지기도.
전기기술자들의 신속한 수리덕분에「레이건」대통령부처가 촛불아래서 만찬을 드는 불상사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고.
소련은「레이건」부처를 위한 19일의 만찬을 위해 제네바의 소련대표부건물을 말쑥하게 새 단장.
건물은 흰색과 회색의 페인트로 말끔히 칠했고 소련유명화가들의 그림도 새롭게 걸었다고.

<회담경비 1백20만불>
스위스정부는 이번 정상회담 준비경비로 총 1백2O만 달러를 썼다고.
제네바시 당국은 이번 정상회담개막을 앞두고 특히 도시미관정리에 많은 경비를 투자했다는 후문.
시 당국은「레이건」의 숙소인 매종 드 소쉬르를 비롯, 각 대표단의 숙소를 새로 단장했으며 회담기간 중 시내 곳곳의 분수와 역사적 기념비에 한밤중에도 불을 환히 밝혀놓는 등 역사가 깃든 아름다운 도시 제네바의 이미지창출을 위해 만전을 기했다는 것.
회담준비정비로 1백20만 달러를 쓴 제네바시 당국은 이번 회담기간 중 회담참석자를 비롯, 각국의 보도진들이 수백만 달러를 뿌리고 갈 것으로 은근히 기대하기도.

<비서실장 실언에 격분>
미 여권운동가들은 2O일「도널드·리건」미대통령 비서실장이『여성들은 대부분 인권이니 군축이니 하는 등의 제네바 정상회담 현안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한데 대해 사과하라고 강력히 요구. 「리건」비서실장은 워싱턴포스트지와의 회견에서『여성들은 미사일 추진력이나 아프가니스탄 사태, 또는 인권문제들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 여권운동가들을 발끈하게 했는데 하원군사의원회의 다선 여성의원인「퍼트리셔·슈로더」의원은 『내가 이런 문제에 관해「리건」보다 더 많이 알고있다는데 내기를 걸어도 좋다』고 격분.
19일 제네바대학 도서관을 방문한「라이사」여사는 19세기 프랑스 철학가「루소」의 저서를 보고 감탄을 연발했다.
「라이사」여사는 같이 진열돼있는「레닌」의 저서보다「루소」의 저서에 더 큰 관심을 나타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낸시·라이사 하루새 옷3번씩 갈아입어|만찬서도 의상대결>
19일 저녁 소련 측 주최만찬에서도「낸시」와「라이사」는 의상대결을 벌였다.
「낸시」는 가슴부분이 V자로 깊게 파진 우아한 실크투피스를 입었으며「라이사」는 단순미를 앞세운 검은 드레스차림.
이날 하루동안만 해도 미소양국 퍼스트레이디는 의상을 3차례나 갈아입는 등 뜨거운 패션대결을 벌였다고.

<레이건 기억력에 의존>
정상회담에 들어가기 전「레이건」과「고르바초프」는 15분씩 인사말을 하기로 했으나 의외로 l시간씩이나 길어지자 내용을 어떻게 기록하느냐를 두고 미소양측은 상당히 당황하고 있는 기색이다.
「스피크스」백악관대변인은「레이건」과「고르바초프」가 세차례 회담을 갖는 동안 2시간57분의「통역만 참석한」비밀회담을 했다고 말하고 이 비밀회담의 내용은 공식기록사가 참석치 않아「레이건」대통령의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별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레이건」대통령은 단독회담을 마치고 나와 보좌관들에게 간간이 내용을 설명했는데 그의 고령 때문에 기억력이 정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내용 없는 기사로 메워>
백악관 참모들과 백악관 출입기자단 대부분이 제네바 정상회담 현장으로 옮겨가 요즘 백악관 주변은 텅빈 상태.
미국의 신문들은 6년만에 이루어진 미소정상회담에 관한 기사를 매일 1면 톱으로 취급하고는 있으나 제네바에서의 보도관제로 내용 없는 글로 여백을 메우느라 고민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예로 워싱턴포스트지는 2O일 1면 톱 기사제목을『「레이건」, 「고르바초프」연장회담』이라고 썼고 뉴욕타임즈도『「레이건」, 「고르바초프」제네바서 회담』이란 알맹이 없는 제목을 내걸었다.
TV뉴스도 예외가 아니다. 각 TV는『회담 내용은 추측밖에 할 수 없다』며 전직 고위관리들과 학자들을 동원, 탁상공론만 계속 늘어 놓고있다.
보도관제는「슐츠」미국무장관의 아이디어라고 하는데 이 때문에 멀리 출장간 미국기자들은 알맹이 없는 기사를 쓰느라 땀을 흘리고 있지만 워싱턴포스트지의 한 특파원은 보도관제와 두 지도자간의 단독회담시간이 길어진 것은 뭔가 괜찮은 결과가 나으리라는「길조」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재네바 시민들 냉담>
전세계의 이목이 제네바 정상회담에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제네바 시민들은 자신들의 안방에서 열린 정상회담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제네바의 한 지방신문이 독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같이 밝혀졌는데 특히 10대 소녀들의 대답이 걸작. 『우리는 걱정할 다른 문제들이 많다. 그것은 남자친구다.』
반면 대학생들은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한 남학생은『고작해야 또 다른 회담을 만들기 위한 예비회담 정도가 아니겠느냐』고 대답.
동성연애자인「봅·쿤스트」라는 사나이는 프레스센터 밖에서 3일 동안이나 시위. 그는 미소양국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퇴치하기 위한 기금으로 각각 대륙간탄도미사일 10개의 가격에 해당하는 돈을 기부하라고 요구.

<기선 빌어 스튜디오로>
일본NHK-TV는 제네바의 가장 큰 기선을 2주일간 전세 내 스튜디오로 이용함으로써 호텔을 이용하는 것보다 경비를 10분의1로 줄여 1만5천 달러(약1천3백50만원)나 절약했다.
헬베티아라는 이름의 기선에는 2명의 요리사와 전화·텔렉스요원으로 스위스학생들을 고용하기도 했는데 주위에서는 일본인의「경제성」에 다시 한번 혀를 내둘렀다고.
소련 측의 한 관리는「고르바초프」서기장이「레이건」대통령이 출연한 영화를 본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레이건」대통령이 배우시절 출연한 영화는 모두 B급이라 본적이 결코 없다』고 대답.

<보도관제로 취재거리없자 "레이건 속옷 입었느냐" 질문|낸시 앞에서 연설연습>
「레이건」대통령은「고르바초프」서기장을 처음 만나기 전 연설연습을 하던 중 맞은편에「낸시」여사를「고르바초프」역으로 앉혀놓고는『당신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아름답군요』라며 특유의 익살을 부리기도.
미국 성인잡지 플레이보이의 기자로 특파된「레이건」대통령의 아들「론」은 다른 기자들이 접근도 못하는 대통령부처를 수시로 만나면서「특종」을 뽑아내는 바람에 다른 기자들은 몹시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기자들은 다음달호 플레이보이지에 어떤 특종이 나을지 궁금해하는 표정들.
보도관제로 취재할 내용이 없자 한 기자는「스피크스」백악관대변인에게『「레이건」대통령이 내복을 입었느냐』고 질문하자「스피크스」대변인은『내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면서도『일상적인 속옷을 입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정상회담 결과에 관한 설명을 듣기 위해 많은 기자들이 모여있는 호텔에서 30대중반의 한 여인이 복도를 지나는「슐츠」미국무장관을 향해 화장지뭉치를 던졌으나 약 3m쯤 빗나갔다.
한 목격자는「슐츠」장관이 복도에 들어섰을 때 한층 위의 발코니에 서있던 여인이 영어로『미국은 니카라과에서 물러가라』고 외치며 화장지뭉치를 던졌다고 전했다.
「고르바초프」는 20일 미국 CBS-TV의「레슬리·스톨」여기자에게 그녀의「호기심」을 표창하는 미소공동의 훈장을 수여하자고 말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진촬영이 진행되고 있을 때「스톨」기자가 양국정상에게 회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고 줄기차게 묻자「레이건」은 대답을 하지 않았는데도「고르바초프」는『여성의 호기심이란 대단하군』이라면서『우리가 공동으로 수여할 훈장을 받을만하다』고 익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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