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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최저임금 협상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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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노동계와 경영계의 막판 힘겨루기가 파행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더욱이 예년과 달리 야당이 적극 개입하면서 더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노동계, 최소 두자릿수 인상 요구
경영계, 동결 대신 소폭 인상 제안
야당까지 가세해 수순 더욱 복잡

최저임금위원회는 4일부터 6일까지 제8~10차 전원회의를 잇달아 열어 최저임금을 결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본회의 시작 던인 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대폭 인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중대결심을 하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내년에 시급 1만원으로 최저임금을 올리지 않더라도 최소한 두자릿수 인상률은 달성해야 한다는 최후 통첩이다. 노동계 측 위원들은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최저임금위원 사퇴를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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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의원도 가세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전원회의가 열리는 시간에 맞춰 최저임금위원회를 방문했다. 이들은 공익위원과 경영계 측 위원을 만나 “최소한 두자릿수 이상의 인상률이 적용돼야 하며 시간당 7000원 정도는 돼야 한다”는 뜻을 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영계측 위원들이 “최저임금 결정에 정치적 계산과 압박이 가해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야당 의원과의 간담회를 거부했다.

이에 앞서 야당의원 68명은 지난달 29일 ‘최저임금 인상 및 공생적 최저임금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결의문에서 야당의원들은 “2020년까지 1만원 수준으로 인상하고, 내년에는 두자릿수 인상률을 적용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중소기업과 영세기업의 부담완화를 위해 대기업의 공동책임을 확대하라”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증가할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대기업이 분담하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얘기다.

이날 본회의에서 경영계는 동결 대신 소폭인상 수정안을 제출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노동계는 1만원 인상안을 고수하면서 수정안 제출을 거부했다.

그러나 조선업 구조조정 바람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한 글로벌 악재가 변수로 등장했다. 거제시는 “고용사정이 어려운 지역이나 업종의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해야 한다”는 공문까지 최저임금위원회에 전했다.

최저임금위원을 지낸 한 전문가는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률이 고공행진을 한데다 지난해에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대폭 인상론’까지 겹쳐 급격한 인상이 이뤄졌다”며 “올해는 경제 악재가 너무 많아 노동계의 바람이 이뤄지긴 힘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결정 시한은 지난달 28일이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안이 법적 효력을 가지려면 고용노동부 장관이 고시(8월 5일)하기 20일 전까지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 최저임금 의결을 위해선 최저임금위원회 전체 위원의 과반수가 투표에 참여하고 출석위원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다만 노사 각각 3분의 1 이상이 참여해야 한다. 만약 노사 중 어느 한 쪽이 두 차례 이상 참석하지 않으면 불참자를 제외하고 표결을 진행할 수 있다. 현재 최저임금위원은 공익·근로자·사용자 측이 각 9명씩 27명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노동계가 사퇴해도 18명으로 투표를 진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노동계가 실제로 논의 중간에 사퇴할지는 미지수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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