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35억원어치의 잔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요즈음은 계절에 관계없이 스프츠 「잔치」가 1년내내 끊이질 않는다. 야구나 축구등 프로팀의 대결에 국민 일반의 관심과 열기가 높아진 데다가 실내경기장이 많아지고 국제적인 스포츠교류도 훨씬 활발해진 때문일 것이다.
특히 우리가 주최하는 국제경기가 해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음은 주목할 일이다. 체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81년부터 금년까지 5년동안 우리나라에서 열린 국제스포츠경기건수는 38건에 이른다. 올해는 특히 많아 16건이나 된다. 이것은 작년 한햇동안의 8건에 비해 꼭 2배가 늘어난 숫자다.
국제경기를 유치하는데는 나름대로 이유는 있을수 있다.
우선은 우리가 대규모 국제경기를 치를수 있을만큼 국력이 성장했다는 과시효과를 꼽을수 있을 것이다. 우리와 정식국교가 없는 나라의 선수및 스포츠 관계 인사들의 입국으로 그들의 한국에 대한인식을 새로이 할수 있을 것이며 비정치적인 교류의 시작이 정치·경제적인 관계로 진전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길 수도 있다.
또한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경기의 진행과 대회의 운영을 위한 기술을 축적하고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할 것이다. 뿐만아니라 스포츠에대한 국민의 관심을 제고시켜 저변확대에 기여한다는 사실도 부인할수 없다.
이러한 긍정적인 요소들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몇가지 깊이 생각하고 신중을 기해야할 문제들이있다.
우선 이렇게 많은 국제스포츠행사를 우리가 개최하는데서 오는 외화부담이다. 지난 5년동안 국제경기개최에 쓰인 비용이 1백27억여원에 이르며, 프로복싱이나 테니스등에 지급된 출전비 78만달러까지를 합치면 1백35억원을 넘고 있다.
이 비용은 외국선수들에 대한 왕복 항공료와 숙식비및 대회운영비등이다. 심지어는 유명선수를 출전시겨 대회의 성가를 높이기 위해 한 서수에게 수만달러씩이나 개런티를 지불한 경우도 있었다. 4백50억달러가 넘는 세계제4위 채무국에서 스포츠행사를 위해 이토록 많은 돈을 물쓰듯 해야 하는가.
이것은 국위선양양이라는 측면보다는 나라가 현재 처해있는 실상에 비추어보면 내실없는 외화임에 틀림없다. 우리의 속사정을 뻔히 들여다 보고있는 외국인들에게는 경탄이나 부러움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분수모르고 속없는 허세로 밖에보이지 않을 것이다.
대규모 국제대회를 앞두고 운영기술의 축적과 경기력 향상이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꼭 이처럼 많은 경비를 들여 각종 대회, 더구나 올림픽 종목에도 없는 경기까지를 유치하여 화려한 「잔치」를 벌여야만 된다고는 보질 않는다. 지금까지 출전 및 운영 경험을 배유오는 방법도 있을 것 아닌가.
스포츠가 한나라의 국력이나 국민전반의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걸대석인 척도도 아니다. 스포츠는 국민들이 손뼉치고 환호하는 구경거리나 잔치라는 의미에서보다는 모든 국민이 직접 참여하여 각자의 체력을 향상시킨다는데 그 존재의의가 깊은 것이다. 그것이 바로 스포츠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그러한 목적에서라면 국제경기유치의 남발보다는 그 비용을 아껴 시골국민학교 운동장에 배구네트 하나라도 더 세워주고, 도시 어린이놀이터에 농구골대라도 하나 더 세워 국민체력을 높여주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