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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에게도 햇볕 쬘 권리를…'착한 치킨' 공급하겠다는 미국업체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좁은 닭장에 갇혀 산 채로 털을 뽑히고, 목이 비틀려 죽는 닭은 그 동안 동물보호단체의 공격대상이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사는 내내 질병에 시달리고, 잔인한 방식으로 도축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치킨을 즐겨 먹는 사람들도 닭의 사육 환경을 들여다보면 먹기 꺼림칙해지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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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공장

하지만 미국에서 ‘착한 치킨’을 공급하겠다고 선언한 업체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의 닭고기 공급업체 퍼듀는 27일 “닭 사육환경을 개선하고 보다 윤리적인 도축방법을 도입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퍼듀는 미국 내 3000여개의 공장에서 매년 7억 마리의 닭고기를 생산한다.

퍼듀의 발표에 따르면 앞으로 이 회사는 닭의 햇볕을 쬘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엄청난 사료를 꾸역꾸역 먹여 닭을 살찌우는 대신 성장속도 완화시키고, 아르곤 가스와 이산화탄소를 사용한 도축 방법을 도입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기존 널리 쓰이는 도축방법은 닭을 거꾸로 매단 뒤 목을 비틀어 숨을 끊는 방식이었다. 이 방법은 미국의 동물보호 활동가들에게 비윤리적이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또 동물보호 활동가가 지적해 온 것 들 중엔 한 마리의 닭에게서 더 많은 고기를 얻기 위해 인위적으로 무게를 늘리는 사육방식도 있다. 미국 내 닭고기 공급업체는 너나 할 것 없이 닭의 크기를 인위적으로 키워왔다.

미 알버타대 조사에 따르면 56일 된 닭의 무게는 1957년 평균 905g이었지만 50여년이 지난 2005년엔 4202g으로 4배나 커졌다. 자연상태에 비해 지나치게 비대하게 커진 닭은 뼈대가 감당할 수 없는 무게 때문에 날개가 으스러지거나 제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다.

미국 내 닭의 비윤리적 사육환경에 대한 비판은 예전부터 있어 왔으나 양계업계는 큰 변화의 조짐이 없었다.

퍼듀같은 대형업체가 직접 나서 동물을 위한 윤리적 개선안을 발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줄리에 드영 퍼듀 대변인은 “퍼듀는 오늘날 소비자들이 원산지보다 생산 과정에 더 관심이 많다는 걸 알고 있다” 고 전했다.

퍼듀는 사실 2002년에도 항생제 사용 제한을 도입한 회사였다. 2014년에는 부화장에서의 항생제를 완전히 없앴다. 퍼듀 관계자는 이런 과감한 혁신에 대해 “다른 업체도 우리를 따를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퍼듀는 늘 혁신적인 문제 해결로 시장을 이끌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가 모두 퍼듀의 선언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전국가금협회 관계자는 “윤리적 도축방법을 도입한다고 해도 닭 입장에서 보면 별다른 차이가 없다”며 이산화탄소와 아르곤 가스를 활용해 도축하겠다는 퍼듀의 선언을 비판했다. 닭생산 분야 전문가 위스콘신대 론 킨 교수(생물학)는 “퍼듀의 개선안은 가격을 증가시킬뿐더러 효율적이지도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퍼듀의 선언을 지지하고 있다. 미국 금융회사 BB&T 애널리스트 헌들리(Brett Hundley) 는 “미국의 소비자들이 10~15년 전에 비해 동물 복지에 관심이 훨씬 많다”며 “초기에는 비용이 더 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학자 템플 그랜딘은 “새들은 거꾸로 매달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거꾸로 매달리면 정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2010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적이 있다.

동물보호협회 관계자들은 “퍼듀의 정책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관련업계 전반의 긍정적 변화를 이끄는 첫 시도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뒀다.

도예리 인턴기자
do.ye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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