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에 새만금까지 "호남 민심 어찌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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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민심과 관련된 악재가 이어져 청와대의 심적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산 넘어 산이다.

집권 초 '호남 출신 인사 소외론'을 잠재우고나서는 대북 송금 특검법 수용으로 홍역을 치러야 했다. 잠잠해질 만하니까 새만금 사업 중단의 법원 결정에 반발해 김영진(金泳鎭) 농림부 장관이 사퇴해 청와대는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당장 핵 폐기물 처리장 유치 신청을 낸 전북 부안군이 "새만금 사업이 중단되면 신청을 철회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장관 한명의 인사 문제가 아니라 현저히 하락한 호남의 노무현 대통령 지지도, 민주당 내 신당 국면은 물론 내년 총선과도 맞물릴 수 있는 미묘한 대목"이라고 토로했다.

한 청와대 비서관은 "최근 민주당 각 지구당에 호남 당원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있다는 보고가 있다 "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당초 청와대가 金장관의 사표 철회를 권고했던 것도 이 같은 호남의 기류 때문이었다. 盧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16일 오후 소집된 참모 회의의 기류는 '사표 수리'가 우세했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인사보좌관실에서 후임 장관의 대안으로 10여명의 리스트까지 작성해 가지고 들어왔다고 한다. 그러나 정무라인 등 일부 참석자가 "전북 도민 등 호남권이 전부 관심을 갖고 있는 새만금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金장관이 낸 사표를 덥석 수리해버리면 곤란하다"는 주장을 강력 제기했고, 盧대통령도 결국 이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金장관이 17일 盧대통령의 철회 요청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아 이 또한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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