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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보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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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레이건」미대통령이 지난9월7일 대미보험업계 불공정관행·여부에 대해 조사를 지시, 불이 댕겨진 국내보험시장의 개방문제는 정부가 연내에 구체적인 개방방법과 스케줄을 확정짓기로 함으로써 그 향방이 국내보험업계의 지대한 관심거리로 등장했다.
이미 지난7윌 한미경제협의회 때부터 생명보험 개방압력이 노골화 된데다 「레이건」 대통령의 공개적인 적시발언까지 있고 보니 어떻게 피해보기는 힘들게 되었다.
국내보험시장에 대해 현재USTR(미무역대표부)의 예비조사가 진행중이며 지난7월말에는 이해당사자인 한미양국의 보험업계로부터 각각 의견서가 접수됐다. 이 달 말이나 12월초께는 USTR관리들이 국내시장조사를 위해 내한, 정부 및 업계관계자들과 접촉을 벌일 예정으로 있다.
미국측의 요구는 생명보험시장을 열고 화재보험풀(전국7대도시 4층 이상 건물의 의무적 보험)에 참여시켜 달라는 것.
후자는 86년까지 전자는 87년까지 하라고 미국측은 시기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리 정부와 업계의 입장은 한마디로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신규설립억제 등 정부의 보호 속에 3조6천억원의 시장(84년 수입보험료기준 손보·8천억원, 생보 2조8천억원)을 분점해온 국내보험회사들은 연30∼40%의 급신장에도 불구, 선진보험회사들과 경쟁엔 자신이 없는 실정이다. 독점적 경영기업을 획득하고 있는 미보험회사들과 비교할 때 국내보험회사들은 공통적으로 가입자서비스·경영관리·인수기술·상품력 등에서 취약점을 안고있는 게 사실이다.
거기에 그나마 과열경쟁으로 인한 사업비 과다지출로 1천억원 이상의 누적적자를 갖고 있는 형편이라 선진외국사의 국내진출로 이런 약점들이 심화, 노출될 건 뻔한 이치다. 뿐만 아니라 대외개방을 전제로 지난58년이래 억제된 생보사설립 등 대내개방문제가 자연스레 제기될 조짐이기 때문에 개방 이슈를 둘러싼 업계 내부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국내보험업계는 미보험회사들이 많이 몰려올 경우 기존시장잠식은 물론 과당경쟁으로 국내보험산업의 성장기반이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주장, 어떤 형태의 개방도 기존사들이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게될 90년대 말까지는 미뤄져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정부로서도 어려운 입장이다. 만일 대외개방을 하는 경우에 대내개방문체가 제기되고 대내개방문제는 기존업계의 이해관계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보험업계는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형편이라는 얘긴데 대외다, 대내다 개방이 겹치면 좁은 시장을 둘러싸고 생길 과당경쟁 등 문제도 없지 않다.
또 장기적으로는 국내진출외국보험회사들의 보험자금운용·과실송금 등이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도 고려치 않을 수 없다. 결국 개방을 되도록 뒤로 미루고 개방의 충격을 최소화해야한다는 점에서는 업계와 입장을 같이 하면서도 발등의 불이 된 대외개방문제를 놓고는 기존업계의 입장만을 생각할 수 없다는데 정부의 고민이 있는 셈이다.
정부가 현재 검토하고 있는 개방협상안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그 하나는 비교적 규모가 작은 화보풀(84년도 보험료 총2백70억원) 에 미보험회사들을 참여시켜 그들의 요구에 성의를 보이고 생명보험개방은 되도록 시간을 번다는 방안이다. 이 경우 현재 두 가지를 모두 요구하고 있는 미국이 어떻게 나올지, 또 공과금적 성격의 의무보험료수입을 그냥 앉아서 외국회사에도 나눠준다는 우를 피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다른 하나는 미보험회사를 지점이나 대리점형태로 받아들여 영업을 제한하거나 국내사와 합작을 유도한다는 방안이다. 이 방안은 완전개방에 앞서 단계적으로 시장을 개방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미 미보험회사들은 해외진출경험이 많아 다른 나라들이 종래 영업규제책으로 사용한 이 같은 방법을 뻔히 알고 있는데 우리의 경우도 통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을 남긴다.
합작의 경우는 기존보험회사에 대한 제한적 투자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과의 합작을 통한 신규보험회사 설립허용안도 정부에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신규설립안은 대내외 개방효과를 동시에 거둔다는 이점이 있는데 여기에는 기존사들의 반발이 심해 결론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지사나 대리점 영업허용 ▲합작유도 ▲현지법인설립인가 등의 단계개방론을 주장, 대내개방의 가능성을 철저히 반대하고 있다.
외국의 예를 보면 지난 청년 보험시장을 완전 개방한 일본은 현재 생보18개사, 손보41개사 등의 외국 보험회사가 영업중이다. 외국 생보사 중 12개사는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외국회사들은 84년 기준 1천5백14억엔의 수입보험료를 거둬들여 전체생보시장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64년부터 사실상 시장개방을 시작, 지점-합작-현지법인 형태로 점차 시장을 풀어갔다.
대만은 미국의 AIU사가 합작투자의 형태로 진출, 생보사 남산인수가 대만생보시장 전체의 3.7%를 장악하고 있다. 또 82년에 지점형태로 미국의 AIU와 CIGNA사 등 2개사가 진출했으나 외국인만을 상대로 영업범위가 한정되어 시장점유율은 고작 0.01%다.
우리 나라에는 주한미군만을 상대로 한 보험을 제외하면 현재 AHA·CIGNA 2개회사가 진출, 손해보험쪽의 영업활동을 하고있고 생명보험시장은 전혀 외국회사들이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AHA와 CIGNA는 지금까지 적자를 보고있는데 미국측은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생보쪽의 전면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나 대만의 경우에서처럼 개방을 하는 경우 외국보험회사들의 시장점유율이 약 2%미만에 그친다고 가정하면 연간 6백억∼8백억원의 보험료가 외국보험회사손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계산이다. 물론 그중 대부분이 보험금형태로 환급되겠지만 남한테 내주기가 아까운 거액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국내보험시장 개방은 한 보험시장만을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 우리가 처해있는 입장이다.
보험시장 개방에서 미국은 불만스럽다고 여기면 다른 분야에서 보복을 해올지도 모른다.
보험뿐만 아니라 지적소유권·상품 등 여러 분야에 대한개방은 분야별 개방속도와 개방에 따른 득실을 따져 넓은 시야에서 결론을 내려야할 것이다. <박신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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