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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거·시위 동시 다발로 벌여| 7개 대학생들의 미 상의 점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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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서울시내 7개 대학생들의 미상공회의소 서울사무실 점거사태는 국민적 관심사인 미국이 수입개방을 강요하고 있는 때라 여느 대학생시위와는 달리 국민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특히 이번 사태는 이날 상오 서울에서의 또다른 점거사태 및 서울대에서의 10개 대생 전학련대화와 같은 날 벌어졌다는 점과 3건의 사태 구호가 모두 「미국의 수입개방요구」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 하고있다.
더욱이 서울대에서 있은 전학련대회에서 뿌려진 유인물이 미 상공회의소 점거학생들이 갖고 있던 「전국학생총연합 민중 민주정부수립 및 민족자주통일을 위한 투쟁회」(민자투)명의의 유인물과 똑같은 것이 밝혀져 전학련조직과 연계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수사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6윌29일 대학 일재 수색과 함께 시작된 일련의 작전으로 그 동안 시위를 주도해온 주모자들이 대부분 검거됨으로써 2학기 들어 시위가 현저히 줄었다고 판단, 4일의 사태는 학생의 날을 전후해 계획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는 있으나 거의 비슷한 시간에 시위·점거·농성 등이 벌어졌고 이들의 행동이 치밀하고 대담하게 진행됐다는데 놀라고 있다.
◇사전계획=미 상공회의소 침거를 주도한 민자투위원장 구본웅군(22·서울대전기과4년)이 점거계획에 착수한 것은 지난달 25일. 구군은 「전학련 남부지부평의회」관계로 알게된 김용휘군(21·서울대기계과4년)을 이날 낮 서울노양률 K레스토랑에서 만나 자신의 계획을 털어놓으며 가담을 권유했다.
구군은 가담에 동의한 김군과 서울대 민자투위원인 김한정군(22·무역학과4년)등 7명을 이날 밤 서울자양동 자신의 자취방에 불러모아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7명이 각자 뜻을 같이하는 4학년의 운동권학생을 1대1로 만나 포섭하고 점거대상은 미대사관·미문화원·미 상공회의소 중 경비상황을 보아 결정한다』는 것이 이날 밤의 합의사항.
이들은 동조자를 모으는 한편 지난3일까지 미대사관과 미문화원 등을 10여차례 답사했으며 경비가 가장 허술한 미 상공회의소를 점거대상으로 결정, 구군의 자취방에서 플래카드 등을 준비했다.
점거에 가담할 학생 14명이 최종 결정된 것은 점거 하루전인 지난3일. 이날 밤 구군 등 7명은 국군의 자취방에서, 연대 이효환군(22·행정학과4년) 등 3명은 중앙대 강당에서 각각 합숙했으며 나머지 3병은 자기 집에서 잤다.
◇점거=구군은 14명을 2개조로 나눠 1개조는 조선호텔앞 C다방에서, 다른 1개조는 L다방에서 각각 4일 상오10시30분에 만나기로 했으며 11시 정각 1개조는 호텔정문→계단→3층→307호→미 상공회의소 사무실로, 다른 1개조는 지하1층→엘리베이터→3층으로 집결키로 확정, 예정된 시간에 이를 정확히 실행했다.
이들은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출입문을 철제책상2개로 막고 소파 등을 쌓아 바리케이드를 친 뒤 사무실바닥에 기름을 뿌리고 길이 3m, 폭 60cm 크기의 「수입개방 중단하라」고 쓴 플래카드 3개를 연회장 정면 벽에 내걸고 농성에 들어갔다.
◇민자투=경찰조사에 따르면 삼민투산하 조직의 하나로 지난 4윌 초 결성됐다.
4월8일 수입개방반대 1백만인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활동을 개시, 8윌l5일엔 미대사관점거를 기도하기도 했다.
초대위원장은 서울대 박난숙양(정치과3년)이었으나 미문화원사건이후 삼민투요원들에 대한 검거선풍으로 한동안 활동이 정체상태에 빠졌다가 지난9월20일 위원장에 이주경군(경제과4년)을 선출했다.
그러나 이군이 지난달 군에 임대해 부위원장인 구군이 위원장직을 맡았다. 「민자투는 우리의 현실을「예속경제로 민중의 생존권이 수탈당하는 상황」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민자투는 지난2일부터 이달 말까지를 대정부투쟁 및 85년도 학생운동 총결산기간으로 결정, 교내시위·공공기관 점거 등을 노려왔다는 것.
구군은 82년 부산 H고교를 졸업, 그해 서울대전기과에 입학했다.
대학 3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운동권학생으로 변신, 각종 시위에 참여하거나 주도했으며 지난 9월부터는 IBRD·IMF서울총회 저지활동을 주도, 경찰의 수배를 받아왔다.
◇수사=검찰은 이번 사건이 미문화원 농성사건보다 미묘한 사건으로 보고 점거학생 14명 전원 구속에서 훈방까지의 여러 가지안을 놓고 부심하고 있다.
「외국인에게 국내문제를 호소하는 시위는 엄벌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검찰의 당초방침대로라면 전원 구속 수사해야 하지만 최근 미국의 수입개방압력으로 인한 국민들의 감정을 감안하면 강경처벌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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