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등에 새긴 정유리, 그녀를 찾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기사 이미지

지난 5월 14일 대구에서 열린 롯데전에서 ‘삼성(三星)’ 로고가 한자로 새겨진 1982년 프로야구 원년 유니폼을 입고 나온 삼성 최형우(왼쪽)와 구자욱.[사진 삼성 라이온즈]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는 29일 부산에서 원년 유니폼을 입고 맞대결을 펼친다. 양팀 선수들은 프로야구가 출범한 지난 1982년 제작됐던 ‘클래식 유니폼’을 입고 출전하는 것이다. 야구팬들은 원년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을 보며 그 시절을 회상하며 추억에 잠긴다.

기사 이미지

LG는 올해 밀리터리 유니폼을 제작했다. 지난해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부상을 입은 김정원 하사(왼쪽)와 하재헌 하사. 둘은 지난 25일 잠실에서 시구·시타를 했다. [뉴시스]

이에 앞서 LG 트윈스 선수들은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 경기에 군복을 연상시키는 밀리터리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구단이 특별히 제작한 유니폼이었다. 이 유니폼은 사흘 동안 500장 가까이 팔려나갔다. 해마다 온·오프라인 쇼핑몰에서 약 1만장 정도 팔려나가는 일반 유니폼에 비해 밀리터리 유니폼이 훨씬 더 인기를 끈 것이다.

기사 이미지

지난 4월 28일 충무공 이순신 탄신일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충무공’ 유니폼을 입은 NC 테임즈. [사진 NC 다이노스]

NC도 지난 4월 28일 충무공 이순신 탄신일을 앞두고 충무공 유니폼을 제작해 호평을 받았다. 당시 외국인 선수 테임즈가 충무공 유니폼을 입고 엄지를 치켜올리는 동영상이 야구팬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SK 유니폼, 선수 대신 실종자 이름
사회적 관심 높이려 특별 이벤트
팬들 골라입는 재미에 지갑 열어
10만원 가까운 가격에도 완판 행진

프로야구에서 ‘제3의 유니폼’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야구 유니폼은 홈과 원정 두 가지로 나뉘는데 스포츠마케팅이 활발해지면서 색다른 디자인을 갖춘 제3의 유니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더 멋진 유니폼을 원하는 팬들의 요구에다 팀의 개성을 살리려는 각 팀의 니즈가 결합하면서 제3의 유니폼 종류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에서는 이를 ‘서드 저지(third jersey)’ 또는 ‘얼터너트 유니폼(alternate uniform)’이라 부른다.

기사 이미지

제3의 유니폼 마케팅을 선도하는 롯데는 올해 만화 캐릭터 ‘도라에몽’ 유니폼을 출시했다. 지난 4월 9일 도라에몽 유니폼을 입고 나온 황재균(오른쪽). [사진 롯데 자이언츠]

지금까지 제3의 유니폼을 가장 많이 내놓은 구단은 롯데다. 올해 새로 출시한 도라에몽 유니폼 뿐만 아니라 유니세프·밀리터리·챔피언·선데이 유니폼을 판매하고 있다. 도라에몽 유니폼은 지난 4월 9일 처음으로 출시된 이후 ‘완판’ 행진이 이어지면서 이제까지 2000여 장이 팔려나갔다. 박준혁 롯데 홍보책임은 “어린이와 여성 야구팬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유니폼 수요가 생겼다. 팬들은 다양한 제3의 유니폼을 놓고 ‘골라 입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LG는 홈·원정 유니폼 외에 다른 유니폼 제작에 소극적이었다. LG 유니폼의 상징인 핀스트라이프(세로줄무늬) 디자인의 정체성을 흔들지 않기 위해서였다. 1990년 창단 이후 지난해까지 26년 동안 LG의 서드 저지는 지난 2011년 ‘썸머크리스마스’ 이벤트 유니폼이 유일했다. 그러나 다른 구단들이 제3의 유니폼을 잇따라 내놓으며 활발하게 마케팅을 전개하자 LG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올해는 특히 밀리터리 유니폼이 큰 인기다.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군복 디자인을 활용한 저지를 내놨다가 호평을 받은 뒤 국내에도 밀리터리 유니폼이 등장했다. LG에 앞서 한화 이글스, SK 와이번스, kt 위즈 등도 밀리터리 유니폼을 내놨다. 막내 팀 kt는 빨간색 밀리터리 유니폼을 제작해 다른 팀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야구 유니폼의 가격은 7만~13만원 정도다. 좋아하는 선수 이름을 새긴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으면서 팬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다. SK의 경우 유니폼 판매 수익의 30% 정도는 제3의 유니폼에서 나온다.

한양대 최준서(스포츠산업학) 교수는 “국내 프로야구 인기 팀의 경우 유니폼을 포함한 기념품 판매 수익이 40억~50억원에 이른다. 유니폼 종류가 늘어나면서 머천다이징 수익도 늘어나는 추세” 라며 “제3의 유니폼이 인기를 끄는 건 프로야구 시장이 커지고 다양해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유니폼 종류가 많아지면서 선수들은 어떤 저지를 입어야 할지 헷갈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제3의 유니폼을 입기로 약속한 날 일부 선수들이 홈 유니폼을 입고 운동장에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경우 구단은 해당 선수에게 10만원 정도의 벌금을 부과한다.

기사 이미지

▷여기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제3의 유니폼은 최근 기업사회공헌(CSR) 활동으로까지 진화했다. 지난 23일 인천 LG전에서 SK 선수 5명은 실종아동 5명의 이름을 새긴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실종아동 찾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 진행한 이벤트였다.

선발투수 김광현은 이날 실종아동 ‘정유리’의 이름을 달고 등판했다. 롯데는 지난 2011년부터 아동구호단체를 후원하기 위해 해마다 4~5차례씩 유니세프 로고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