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김무성·최경환의 선배 박명재 “친박·비박 아닌 밀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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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장(왼쪽)이 27일 박명재 신임 사무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뉴시스]

“전 비박도 친박도 아닌 밀박, 함박입니다.”

‘중립’ 강조한 새누리 새 사무총장
행정 전문가지만 국회 경험 3년뿐
당내선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분”

27일 새누리당 신임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박명재(69·재선·포항 남-울릉) 의원의 취임 일성은 역시 계파 문제였다.

박 총장은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밀양 박씨이면서 모든 박씨를 밀어주는 ‘밀박’, 박씨와 함께하는 ‘함박’”이라며 “분명히 말하지만 전 중립”이라고 강조했다.

박 총장은 “의원들 간 서로 다른 견해와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고 차이의 문제”라며 “공감과 이해의 폭을 넓혀 가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당의 화합과 결속, 변화를 위해 힘을 보태겠다”며 “다양한 의견을 듣고 중립적·객관적으로 당무를 처리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총장은 김 위원장보다 한 살이 많다. 2013년 10월 30일 재·보선을 통해 19대 국회에 입성했고 지난 4·13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내긴 했지만 국회 경험은 3년이 안 된다. 그런 박 총장에게 당 살림살이를 맡긴 것은 이례적이다.

하지만 이번 인선이 또 다른 계파 갈등의 불씨가 되는 상황은 일단 막았다. 비박계인 강석호 의원은 “박 총장은 어려운 당 상황을 수습할 적임자”라며 “계파 화합이라는 측면에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친박계 김태흠 의원도 “친박·비박을 아우를 수 있는 분”이라고 평했다.

박 총장은 중동고-연세대 행정학과 출신이다. 김무성 전 대표의 고등학교 선배이면서 최경환 의원의 대학 선배라는 점도 그의 중립성을 부각하는 요소다. 그래서 정진석 원내대표도 그를 강력히 추천했다고 한다.

박 총장이 임명장을 받은 날 김태흠 의원은 사무1부총장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유승민 의원 등의 복당 결정을 과도하게 밀어붙였다는 이유로 비박계 권성동 의원이 사무총장에서 21일 만에 퇴진하면서 그의 거취가 조건처럼 걸렸다. 김 의원은 “임명권자인 비대위원장의 경질 방침에 항명하는 권 의원의 처신을 지적했다고 권 의원이 동반 사퇴를 요구한 것은 견강부회”라며 “사퇴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당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한 사람은 오고, 한 사람은 내려오면서 우여곡절 끝에 당 내홍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당직 하나조차 계파의 이해 때문에 늘 뒷말을 낳곤 하는, 총선 참패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은 집권여당의 현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준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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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사무총장직에서 ‘밀려난’ 권성동 의원이 박 총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우연히 취재진에 포착됐다. 새누리당의 실상을 보여주는 문자메시지 내용은 이랬다.

“형님, 고생길이 훤합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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