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 불량 증원"에 뒤늦은 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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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문교부의 내년 대입 정원 동결은 대학 교육의 질이나 대출자의 취업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작정 늘려만 온 대학 정원 정책의 때늦은「반성」으로 풀이된다.
80년 교육 개혁 조치와 함께 졸업 정원제를 실시하면서 81학년도 모집 인원을 전년도의 60%가 넘는 7만 5백 10명이나 늘렸고 이후 해마다 5천∼1만명씩을 증원, 85년 모집 인원은 10년 전인 75년의 5만 4천 5백 10명의 거의 4배에 가까운 20만 3천 4백 91명이 됐다.
이 바탕에 대부분의 대학은 이를 소화하기보다는 수용하기에 급급했고 대학 교육의 질은 엄청나게 떨어졌다. 더구나 올 봄부터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이들 졸업자들은 일자리가 없어 취업률 40.9%라는 심각한 사회 문제를 낳고 있다.
그러나 문교부는 6년간의 이 같은 일관성 없는 대학 정책으로 대학 진학열만 부채질 해 놓은 채 정원을 동결함으로써 고교 졸업자의 대학 진학 기회는 갑자기 더욱 좁아지게 됐다.
◇대입 경쟁=대학별 모집 비율을 지난해와 같은 졸업 정원의 1백 22.7%로 볼 때 전국 1백개 대학 모집 예상 인원은 지난해와 같은 20만 3천 4백 91명이 된다.
학력고사 지원자 7l만 3천 5백 21명에 대비한 대입 평균 경쟁률 3.5대 1로 지난해와 비슷하다. 그러나 실질 경쟁률은 특히 전기 대학의 경우 서울 소재 대학에서는 서울대의 2백 55명 감축과 한양대·홍익대·경희대·건국대·숭전대 등의 전·후기 분할 모집에 따른 인원 2천 2백여명 감소 및 서울·경기 지역 지원자 4천여명 증원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게 됐고 지방에서 가장 경쟁률이 높은 사범계 학과는 1천 8백 65명이 줄어 입학의 문은 한층 더 좁아지게 됐다.
◇진학률=정원 동결과는 반대로 내년 봄 고교 졸업자는 올해보다 1만 9천여명이 늘어 65 만 4천 6백 50명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애들 당해 년도 고졸자 수용 능력은 31.1%.
85학년도의 32%보다 0.9%줄었고 81년의 37.6%보다는 6.5%나 줄었다.
물론 고졸자 진학률 31%선은 외국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만 85.3%로 우리보다 훨씬 높을 뿐 이웃 일본은 28.6%, 영·독·불은 15.1%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중등 교육 단계에서 취업 교육이나 대학 외의 진로지도가 전혀 없다는 문제가 있다.
◇대학별 조정=서울대 외 2백 55명 감축은 이미 서울대가 2만여명에 육박하는 학부 인구를 소화할 수 없는 한계에 왔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87학년도부터 이 같은 학부 인원 감축폭을 더욱 확대, 91년까지 현재의 절반으로 줄인다는 계획을 새워 놓고 있다.
공주사대를 비롯, 경북대·부산대·전남대 등 지방 국립대 인원 감축은 대부분이 사범계학과 정원 감축에 따른 것.
공주사대는 대학원에 그만큼 증원하고 교원대에 60명, 대구가톨릭대에 20명 정원의 대학원 신설을 허용했다.
중앙대는 85학년도에 폐과해 말썽이 됐던 불어 불문과와 일어 일문과를 각각 부활했고 동국대와 건국대가 경주와 충주 분교에 각각 의과대학 신설인가를 받아 낸 것과 한남대가 종합 대학으로 승격되고 전문대의 대학 승격 억제에도 불구하고 여수수산전문대가 4년제로 승격된 것이 주목된다.
◇자연계 증원=자연계가 전체 정원의 45.1%로 85년 44.5%보다 0.6% 늘었다. 인문계가 9백 75명 줄고 자연계가 그만큼 늘었다.
특히 전자·유전자 등 첨단 과학기술 학과와 기호 과학 분야가 1천 1백 70명이 늘어 인문계 학과 외에 비인기 자연계 학과가 첨단산업 시대에 맞춰 체제를 정비해가고 있음을 나타냈다.<권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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