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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OLED 디스플레이 왜 각광받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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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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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중국이 OLED 디스플레이 생산에 뛰어들면서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애플도 아이폰에 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하기로 했다’ 등등 OLED 관련 뉴스가 잇따라 들리던데요. OLED가 왜 인기인가요.

전기 흘리면 스스로 빛나 … 백라이트 없어 화면 얇게 만들수 있죠

A. 스마트폰 홈 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환하게 켜지면서 다양한 색상의 아이콘들이 눈에 띄지요? 스마트폰 뿐 아니라 TV도 마찬가지입니다. 알록달록 별의별 색을 스마트폰이나 TV 화면은 어떻게 만들어내는 걸까요.

스마트폰 화면에 램프 1100만 개
빨·녹·청 조합해 온갖 색상 표현
배터리 소모 LCD화면의 70%

여러분이 눈으로 접하는 화면(디스플레이)의 뒤쪽에는 빛을 내고 색을 표현하는 정교한 기술이 들어가 있습니다. 빛과 색을 만드는 방식은 크게 OLED와 LCD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씩 알아볼까요.

먼저 OLED(Organic Light Emitting Diode)는 좀 특별한 기술이에요. 우리 말로 ‘유기 발광 다이오드’라고 해요. ‘유기’는 유기물을 의미합니다. 유기물은 ‘탄소를 기본 골격으로 산소·수소·질소로 구성되어 있는 물질’을 말하는 데 쉽게는 ‘생명체가 만들어내는 물질’로 이해하셔도 됩니다. 돌이나 흙같은 광물에서 얻을 수 있는 물질인 ‘무기물’의 상대적 개념입니다.

‘발광(發光)’은 빛을 낸다는 뜻이고요. 다이오드는 전기를 흘려주면 빛을 발하도록 만들어낸 초소형 반도체 칩(소자·素子)입니다. 다이오드 하나는 머리카락 굵기보다도 가느다란 ‘초소형 램프’라고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정리하면 OLED란 ‘유기물을 재료로 만든 초소형 반도체 램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스플레이 업체는 이 다이오드를 빨강색(R)·녹색(G)·청색(B) 3가지 색을 내도록 만들어냅니다. 빛의 3원색이지요. 보통 5인치 스마트폰 화면 뒤쪽에는 약 1100만개(R·G·B 각 360만여개씩)의 다이오드가 배치돼 있습니다.

R·G·B 다이오드가 일제히 빛을 발하면 흰색이 되지요. 흰색인 부분은 그 뒤쪽에 있는 적색·녹색·청색 다이오드가 모두 불이 켜진 거고, 검정 글자로 보이는 부분은 글자 모양을 따라 배치돼 있는 다이오드가 모두 빛을 안내고 있는 겁니다. 3가지 색상의 다이오드가 각각 어느 정도 빛을 내느냐의 조합으로 온갖 색상이 표현됩니다.

LCD(Liquid Crystal Display)는 ‘액정디스플레이’라고 하는데 기술적으로 OLED와 많이 다릅니다. 백라이트라고 하는 조명판을 바탕으로 그 위에 빨강색·녹색·청색의 컬러필터를 붙여 세개의 필터를 통과하는 빛의 양으로 색상을 표현합니다.

OLED가 LCD에 비해 가장 두드러지게 다른 점은 백라이트(뒤에서 비춰주는 조명)가 없다는 점입니다. 전기만 흘려주면 유기물이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이지요. 백라이트를 없애면 여러가지 장점이 생깁니다.

우선 그만큼 얇게 만들 수 있습니다. 중국의 휴대폰 제조업체 지오니(Gionee)가 만들어 ‘세계에서 가장 얇은 폰’(5.1mm)으로 기네스북에 올라있는 폰도 OLED 디스플레이로 만들었습니다. 업계에서는 통상 ‘OLED의 두께는 LCD의 70%’로 봅니다.

백라이트가 없으면 배터리도 그만큼 오래 쓸 수 있습니다. LCD의 백라이트는 검은 색을 표현할 때도 불이 들어옵니다. 대신 R·G·B 컬러필터의 불을 끄는 방식입니다. 검은 색 부분에서는 아예 유기물에 전류를 흘리지 않는 OLED에 비하면 전력소모가 많지요. 전력 소모도 OLED는 LCD의 70%수준입니다.

무엇보다 주목해야할 점은 백라이트가 없으면 휘거나 둘둘 마는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반으로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 종이처럼 둘둘 마는 태블릿PC는 OLED 디스플레이로만 가능합니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스마트폰 중에 화면 양끝이 곡면으로 휘어진 ‘엣지’ 제품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OLED덕분입니다. LCD 디스플레이였다면 불가능했을 테지요.

현재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은 OLED 디스플레이, 애플이나 LG의 스마트폰은 LCD 방식으로 만듭니다. 중국이 OLED 생산에 뛰어들고 애플이 아이폰에 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하기로 한 것도 삼성전자의 엣지 제품이 인기를 끈 데 자극받았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빠르면 올가을 나올 아이폰7부터 OLED를 적용할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혁신의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을 듣는 스마트폰은 휘거나 둘둘 마는 소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와 결합해야만 기존의 제품과는 차원이 다른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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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D 스마트폰의 비율은 점점 늘고 있습니다. 핀란드의 노키아, 중국의 레노보 같은 제조사들이 OLED 스마트폰 생산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인 IHS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OLED 스마트폰 출하량은 2014년 1억7000만대에서 지난해 2억4000만대로 40% 가까이 늘었습니다.

애플이 아이폰에 OLED를 채택하게 되면 이 수치는 급격히 늘어날 전망입니다. 해외 업체들은 OLED 디스플레이를 대부분 한국에서 수입해 갑니다. OLED 기술은 한국기업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IHS업계에 따르면 2016년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OLED 패널 출하량이 사상 처음 9000만개를 돌파해 분기당 1억개 시대를 눈앞에 뒀습니다. 이들 생산량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가 94.5%, LG디스플레이가 2.9%로 세계 1·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LG전자는 스마트폰에 LCD 화면을 채택하고 있지만 OLED 디스플레이 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수출용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한국 업체들이 OLED 기술에서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이를 드러내는 일화가 있습니다. OLED 현상은 지난 1950년 프랑스 베르나노즈 연구팀이 처음 발견했습니다. 유기물에 전기를 흘려주면 빛을 낸다는 사실을 세계 산업계가 알게 됐지만 전자제품에 활용하는 일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다이오드 안에 유기물을 배치하고 붙이는 일을 ‘증착’이라고 하는데 이 과정이 대단히 어렵다고 합니다. 20여 년 전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하던 일본 업체들은 “한국 기업들이 OLED를 양산한다는 것은 후지산을 물구나무 서서 오르는 일이나 다름없다”며 평가절하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꾸준한 투자와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한국업체들은 일본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을 갖추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금은 한국이 앞서있지만 앞으론 OLED 시장을 놓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중국 BOE는 2018년초 양산을 목표로 청두(成都)에 위치한 플렉서블 OLED 생산라인에 무려 465억 위안(8조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스마트폰 패널 시장 2위권 업체인 일본 JDI는 500억엔(5500억원)을 투자해 내년 상반기까지 OLED 라인을 구축하고 2018년 본격적인 양산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대만 훙하이 그룹에 인수된 일본 샤프도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2000억엔(2조2000억원) 규모의 OLED 투자를 집행할 계획입니다.

여러분이 매일 들여다보는 스마트폰이나 TV 화면에는 이처럼 치열한 글로벌 경쟁의 결과물이 담겨 있습니다. 다시 한번 스마트폰을 켜보세요. 지금 화면 뒤쪽에서는 유기물 또는 백라이트가 빛을 발하며 여러분에게 각종 정보를 보여주고 있답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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