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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선거서도 브렉시트 격돌…"잔치는 끝났다"

중앙일보

입력

다음달 1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 정치권이 브렉시트의 여파로 홍역을 앓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집권 자민·공명당은 “위기 상황인 만큼 안정적인 정권이 필요하다”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이미 잔치는 끝났다. 일본 경제를 취약하게 만든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 정책)를 폐기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아베 총리는 25일 미야기(宮城)현 센다이(仙台)시 거리 유세에서 “지난달 이세시마(伊勢志摩)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일본은 의장국으로서 세계 경제가 새로운 위험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취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며 “(위기에 대한) 준비는 이미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요구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정치의 안정”이라며 “세계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정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야마가타(山形)현 요네자와(米?)시 강연에서 소비세 증세(8->10%)를 2017년 4월에서 2019년 10월로 2년 6개월 연기한 것과 관련해 “증세 유보 판단이 옳았던 것 아니냐”고 했다. 아베 정권이 브렉시트 등 위기를 예견하고 증세 유보를 결정했다는 논리였다.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도 요코하마(?浜)시 유세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의 안정된 정권이 아니면 이 난국을 극복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야당은 브렉시트가 몰고 온 엔화 강세와 주가 폭락 등 일본 경제의 혼란을 부각시키며 아베노믹스를 공격 소재로 삼고 있다. 제1야당인 민진당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대표는 25일 오이타(大分)현에서 “영국의 EU 탈퇴가 엔고와 주가의 극심한 변동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를 더 심화한다’고 말하지만 이미 잔치는 끝났다”고 비판했다.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공산당 위원장도 구마모토(熊本)시 연설에서 “아베노믹스는 여러 차원의 금융완화를 하고 투기 자금에 의존하는 엔저와 주가 상승 정책을 폈지만 (위기에) 극히 취약한 경제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브렉시트가 일본 시장을 강타한 책임은 아베 정권의 정책 운영에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아사히신문은 25일 “EU가 유럽공동체(EC) 시절인 1989년에 발생한 톈안먼(天安門) 사건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무기 수출을 금지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 관계자는 ‘EU에서 이탈한 영국이 무기 수출을 해금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며 영국이 브렉시트를 계기로 중국과의 안보·경제 협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는 일본 내의 경계감을 전했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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