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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근로자들 노조를 떠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공산당계 프랑스 최대의 노조 CGT (노동총동맹) 가 24일 전국규모로 단행한 총파업이 프랑스전국을 마비시킬 것 같던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작은 규모에 그침으로써 그동안 계속돼온 공산당세력의 퇴조추세와 프랑스 노동자들의 노조이탈경향이 다시 확인됐다. CGT는 최근 불발로 끝나버린 국영 르노자동차공장에서의 스트라이크 실패에 이은 대정부 반격작전으로 이날전국의 소속 노동자들에게 24시간 총파업을 지시했으나 철도 수송 전기 통신등 공공서비스부문에서 10%정도의 마비를 초래하는데 불과한 미미한 성과에 머물렀다.
CGT와 프랑스공산당의 약화추세는 이날 총파업의 직접동기가 됐던 르노자동차 공장에서의 파업 실패 때 벌써 두드러지게 드러났었다.
CGT는 지난8일 임금인상과 고용감축반대를 요구하며 전국의 르노자동차공장에서 파업에 들어갔으나 약1주일만에 성과없이 후퇴했다.
국영 르노자동차는 프랑스산업의 대명사격인 대기업으로 최근 수년간 엄청난 적자에 시달려왔으며 사회당정부가 임명한 「베스」사장은 경영개선을 위해 고용감축등 비상수단을 채택, CGT의 제1의 공격목표가 돼왔다.
르노자동차에서의 지난번 CGT파업실패는 사회당정부와 르노자동차의 간부들이 어느때 보다도 강력하게 대처했던데도 그 원인이 있지만 그보다는 CGT측의 오산이 가져온 정파였다.
소속 노조원들이 노조지도부의 파업지시를 그대로 따르지 않았던 것이다.
노동자들은 「임금인상」보다는 「고용」을 우선순위 제1로 삼고 있었으며 CGT지도부의 대결일변도 투쟁방법에 회의를 가진 노조원들이 예상밖으로 많았었다.
파업이란 극한대립은 결과적으로 자신들이 몸담고 있는 회사의 경영을 더한층 악화시키게 되고 그 영향이 마지막에는 종업원들에게 돌아오게 된다는 냉정한 판단이 노동자들에게 팽배했던 것이다.
CGT소속 노동자들 뿐아니라 다른 노조소속 노동자들의 생각도 거의 마찬가지여서 이들은『회사를 살려놓고 권익을 주장하자』 『파업보다는 더 좋은 상품생산에 우선 주력하자』 는 식의 사고를 갖기 시작했다.
사회당정부 등장후 계속되는 경제악화로 실업자가 늘고 국제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오늘의 프랑스 경제현실을 인식한데서 온 결과지만 아무튼 파업을 피하려는 노동자들의 경향은 최근 1년동안 눈에 띄게 증가해왔다. 노동자들은 파업이란 극한수단에 동조하기에 앞서 『노조지도부가 기술혁신등 사회변화에 대응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다』 고 서슴지않고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당연한 결과로 과거1년간 CGT의 조합원수도 10만명 정도가 줄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더 감소됐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얼마전「앙리 그라수키」CGT위원장은 공개석상에서 『CGT조합원은 현재 1백90만명으로 82년의 2백30만명에 비해 줄긴했으나 여전히 프랑스 최대의 노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CGT의 공식발표로는 81년 1백92만, 82년 1백72만, 83년 1백36만명으로 급격한 감소를 보여왔다. 전문가들은 CGT의 현재 조합원수를 1백만명 정도, 또는 그 이하일 것으로 추산, 지난 몇년새 절반이상이 노조를 이탈한 것으로 보고있다.
【파리=주 원 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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