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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후 2년, 산림복구·오염정화·환경조사 제자리걸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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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5호 10면

금강송 소나무가 말라 죽어 붉은색을 띠고 있는 석포제련소 뒷산. 산림 전문가들은 제련소에서 배출한 대기오염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외부인 왕래가 많지 않은 외진 곳인 데다 감독 관청이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참다 못한 주민들은 2014년 봄 청와대와 국민권익위원회·환경부 등에 제련소 오염 문제를 해결해 달라며 민원을 제기했다. 그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환경노동위원회 한정애 의원은 국감에서 “석포제련소 인근 초등학교 부근에서 중금속인 카드뮴은 토양오염 우려 기준의 2배, 아연은 6.8배에 이르렀지만 관할 지자체와 환경 당국은 문제점과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역 이해관계로 축소되거나 은폐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카드뮴은 뼈의 변형·골절 등을 일으키는 ‘이타이이타이병’을 유발하는 유독물질이다.


국감 이후 2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으나 제련소 주변은 달라진 게 없다. 2014년 10월 환경부와 대구지방환경청·경북도 등은 석포제련소에 대해 집중 단속을 벌여 모두 7건의 환경법규 위반 행위를 적발했다. 황산 보관용기 부식·파손과 대기오염 원격자동측정 시설 운영 위반 등 2건은 각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었다. 경북도가 제련소에 부과한 과태료는 40만원이 전부였다.


또 검찰에 고발된 5건 중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되는 위반사항(대기배출시설 설치 허가 미이행)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안동지원은 최모 제련소장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제련소엔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주민들은 제련소에서 여전히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전미선(65) 석포제련소반대대책위원장은 “흐린 날에 계곡으로 오염된 공기가 안개 끼듯이 깔리면 앞이 잘 안 보일 정도”라고 말했다. 허정일 봉화군 도시환경과장은 “대기·수질오염단속은 경북도 소관이고 (군청에서) 한 시간 이상 걸리는 제련소까지 일부러 살펴보러 가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훼손된 산림 복구작업은 진척이 없다. 산림청은 대기오염 탓이라며 환경부에 미뤘고 환경부는 원인 조사에 착수하지 못했다.


이에 앞서 봉화군은 2014년 5월 제련소에 토양오염 정밀조사를 명령했다. 그 결과에 따라 지난해 4월 원광석 폐기물 보관장에 대해, 지난해 10월에는 1공장과 2공장 부지에 대해 정화명령(총 10만㎡)을 내렸다. 그렇지만 아직 정화공법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여서 내년 6월 말인 정화작업 기한을 지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환경부도 지난해부터 한국환경공단에 의뢰해 공장 외부의 토양오염 조사에 나섰지만 아직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초 제련소 반경 2㎞ 이내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제련소 측의 요구로 조사 범위를 반경 20㎞까지 확대하느라 지연됐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제련소 측은 이 지역 전체가 원래 아연 등의 오염도가 높다며 이를 반영하기 위해 조사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당사자인 제련소 측은 환경공단에서 토양시료를 채취할 때마다 따라다니며 똑같은 곳에서 별도로 시료를 채취해 분석했다.


박용규 환경부 토양지하수과장은 “제련소에서도 시료를 채취·분석한 것은 관련 소송에서 활용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낙동강 상류인 제련소 옆 하천의 수질오염은 한국광해관리공단에서 조사하고 있다는 이유로 환경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주민 건강 영향 조사도 시작하지 못했다. 제련소에서 조금 떨어진 봉화군 소천면 주민들은 당장 혈액·소변 등을 분석하는 건강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제련소 바로 옆 석포면 주민들은 오히려 토양오염도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피해 수준을 낮추기 위해 제련소 측에서 시간을 끄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전미선 위원장은 “제련소 측에서 하청업체 직원 등을 대상으로 건강 조사 연기 서명을 받았다”며 “석포면 주민 대부분이 제련소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주민 건강 피해가 있지만 이를 발설하면 ‘왕따’당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석포제련소를 운영하는 ㈜영풍의 소준섭 부사장은 “봉화군 세수의 40%를 차지하는 제련소를 이전하면 석포면 자체가 없어질 수도 있다”며 “오염 방지를 위해 지난해부터 5개년 계획을 세워 환경개선사업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 부사장은 2004년 7월부터 2005년 1월까지 관할 대구지방환경청장을 지냈다.


하지만 이상식 봉화군의회 의원은 “2013년 석포제련소가 군에 납부한 세금은 23억원이고 봉화군 1년 예산이 3400억원인데 세수의 40~50%나 된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석포제련소의 제3공장 증설 과정에서도 논란이 빚어졌다. 경북도에 건물 두 동만 짓겠다고 허가를 받고는 13동을 추가로 지었다. 주민들은 지난해 5월 군청에 몰려가 농성을 벌였고, 이에 봉화군은 철거하라며 14억6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물렸다. 전미선 위원장은 “2년 동안 건물을 지었는데도 공무원들이 못 봤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제련소 측이 불법 건축물 양성화 신청을 하자 봉화군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를 받아들여 합법화해 줬다”고 말했다. 현재 산림 훼손과 옹벽 설치 문제로 3공장의 준공 허가가 나지는 않았고 임시 사용 중인 상태다. 산림 복구가 늦어지자 지난 2월 봉화군은 제련소에 2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봉화군 관계자는 내년 4월까지 옹벽 설치만 끝내면 준공 허가를 받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구환경청은 2014년 초 3공장 증설과 관련된 사전환경성검토를 진행하면서도 당시 제련소 주변의 심각한 산림 훼손 상황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대구환경청 환경평가과 관계자는 “현장에 나가 이산화황 등 대기오염 농도를 측정한 결과 기준치 이내여서 협의를 완료해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장 면적이 15만㎡ 이상이면 사전환경성검토보다 더 까다로운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지만 제련소 측은 3공장 증설 면적을 14만500㎡로 맞춰 이를 피했다.


봉화=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오이석 기자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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