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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백년전의 「나전칠기불자」발견|국립중앙박물관, 골동상으로부터 사들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국보급의 희귀한 문화재인 12세기 고려시대 나전칠기 불자가 나왔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최근 한 골동상으로부터 매입, 소장한 이 나전불자는 9백년동안 전세품으로 전해온 귀중한 옛 목칠 공예품의 하나.
거북껍질(대모)의 붉은화심에 영롱한 자개로 꽃잎을 박은 국화문양의 나전이 아주 온전하게 남아있다.
보존상태가 이같이 온전한 고려시대 나전유물은 국내에선 처음이다.
불자의 크기는 길이 42·7cm, 직경 1·6cm.
불자란 흔히 선승들이 번뇌와 망상을 쫓는 상징적 표식으로 손에드는 「털이개」모양과 같은 불가용품의 하나다.
가늘고 긴 목봉의 하단에 드림을 달고 상단에는 금속제품으로 황새목을 구부려 부착해서 소나 말·사슴등의 꼬리털을 달아 만든다. 진미라고도 일컫는 불자는 위업을 갖추는 장식적인 의미도 가져 고승대덕이라야 가질 수 있다.
중앙박물관의 불자는 양쪽끝의 장식물이 없어졌고 목봉만 남아있다. 불자의 대는 아주 단단한 목질의 나무이고 양쪽 마구리부분은 옻칠만으로 그쳤다. 자개를 박은 나전부분은 미리 삼베를 바르고 주문양인 홑국화와 겹국화를 나전했다.
이 불자는 15일 중앙일보 계간미술 한국의 미 24권 「목칠공예」에 찬란한 문양이 화보로 자세히 소개됐다.
자개와 대모를 함께 사용해 홑·겹국화문양을 나전한 이 같은 양식은 현재일본 당마사소장의 고려나전대모당초문념주합과 같은 것이다.
고려 나전칠기는 현재 명품들이 모두 일본·미국등의 박물관이나 외국인 개인소장들만이 남아있을 뿐 국내 소장은 전무한 상태다.
외국 소장의 유명한 고려나전으로는 일본 동경 국립박물관의 나전국화문경함, 나전국당문경함, 나전모란당초문능화형반과 애지덕천미술관의 나전국당초문경함, 경도 북촌미술관의 나전모란당초문경함, 개인소장의 나전국당초문합, 미국 보스턴박물관의 나전국당초문경함, 영국 런던 브리티시박물관의 나전국당초문경함등이 손꼽힌다.
국내 소장 고려나전으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나전묘금포류수금문향갑 1점이 있으나 자개가 모두 떨어져 나간 채 옷칠과 백골형체만 남아있는 정도다.
이번 중앙박물관 매입의 나전대모국당초문불자는 간혹 자개가 떨어져나간 곳도 없진 않지만 옻칠이 두꺼워 더 이상의 파손없이 보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귀중한 문화재 한점을 더하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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