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복 디자인 "눈치작전"남자 채택놓고 신중 여자 거의 부활움직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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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고교생의 교복착용을 학교장재량에 맡긴다는 발표가 있자 많은 학교가 교복을 다시 채택할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예기찮았던 특수경기 기대로 설레고 있다.
대부분의 일선학교는 정부발표에 따라 교복채택여부에 대한 교직원·학생·학부모·동창회 등의 의견을 모으고 있으며 특히 여학교에서는 대다수가 교복을 되살리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어 디자인을 검토중인 학교도 나타나 비교적 신중한 반응인 남학교와 대조를 보이고 있다.
학부모들은 교복부활에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나 교복·자유복의 2중부담이 되지 않도록 적절한 시행을 바랐다.
◇학교=9월초부터 교복입기를 권장해 온 동명여고(교장 이운정·80·여)의 경우 1학년 50여명이 17일 교복차림으로 등교, 평소보다 4배쯤 교복차림이 늘었다.
학교측은 7월부터 학부모의 동의를 얻어 넥타이를 맨 조끼, 흰블라우스에 감색 투피스의 정장차림을 교복으로 마련, 1학년부터 권장해 왔었다는 것.
교복대금은 2만9천6백원으로 권장대상인 1학년5반∼9반 3백여명 중 1백3명이 마췄으나 그 동안은 눈치를 보느라 학급당 3∼4명이 입는 정도였던 것.
경기여고 이연의교장은 『학생들의 발랄함을 살리는 몇 가지 디자인을 정해 학교를 상징할 수 있는 교복을 만들겠다』고 밝히고 곧 학부모·학생·동창대표들로 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이미 발표전부터 신사복스타일의 교복을 주문해 놓은 현대고교 박재희교감은 『자율화이후 학생들이 옷 입는 방법·예절 등을 몰라 행사 때 입을 신사복차림을 교복으로 마췄다』 고 밝혔다.
이화여고는 내년 신입생들부터 이화 99년 역사를 이을 수 있는 자율화이전의 교복을 부활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경기고 김인숙교장은 『현재의 자유복이 학생들의 자유선택권·개성을 살릴 수 있고 학생지도에도 전혀 문제점이 없어 교복마련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개교 1백년을 맞은 경신고 이재복교감은『자유복의 장점과 멋을 살리면서도 단정한 학생신분을 나타낼 수 있는 교복을 마련하겠다』며 신사복을 변형한 스타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고 조홍식교감도 『학교의 전통을 나타내고 예의를 갖출 수 있는 교복을 마련하기 위해 동창· 학부모· 학생대표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서문여고 학부모 이은자씨(45·여) 는『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생활지도에 교복부활이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자칫하면「교내교복, 교외자유복」의 2중부담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업계=교복지 메이커였던 제일합섬·선경 등에서는 벌써부터 학교를 대상으로 희망색상· 옷감종류 등의 조사에 나섰다.
교복제작업체인 신생(대표이사 한용련·67)은 16일 긴급간부회의를 열고 앞으로의 교복은 자유복이후 익숙해진 캐주얼스타일이 많을 것이라고 의견을 모으고 이에 맞는 디자인개발에 주력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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