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 밖 시베리아 산불, 한국 미세먼지에 영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한국에서 3000여㎞ 떨어진 러시아 시베리아 산불도 국내 초미세먼지 농도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대기환경표준센터 정진상 박사 연구팀은 21일 러시아 산불에서 배출된 초미세먼지(PM2.5)가 장거리 이동을 통해 한반도로 유입되는 과정을 확인했다고 밝혔다(그래픽).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석탄화력발전소 등 국내 요인뿐 아니라 해외 산불 등 수천㎞ 떨어진 오염원을 통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기사 이미지

연구팀은 2014년 7월 20일 러시아 시베리아 산림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에 주목했다. 이후 닷새 뒤 대전시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나쁨(51~100㎍/㎥)’ 수준으로 높아졌다. 고농도 초미세먼지 현상은 일반적으로 황사가 출몰하고 대기 정체가 이어지는 봄에 자주 나타난다. 정 박사는 “한여름 고농도 초미세먼지 관측은 드문 현상이라 발생원을 역추적하게 됐다”고 말했다.

표준과학연 정진상 박사팀
‘초미세먼지 지문’ 성분 분석
장거리 유입 과학적으로 규명

연구팀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위성 영상을 확보해 시베리아 산불 연기가 대기를 통해 유입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후 대전시에서 포집된 대기에서 초미세먼지를 분리해 성분을 분석했다. 그 결과 나뭇가지 등 바이오매스(biomass)가 탈 때 발생하는 레보글루코산이 평상시보다 4~5배 높게 나타났다.

칼륨·마노산 등 산불 연기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바이오매스 연소 지시 물질도 발견됐다. 이는 일종의 ‘초미세먼지 지문’을 확인한 것으로 이를 통해 시베리아 산불이 국내 초미세먼지 농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음이 최초로 규명됐다.

표준과학연구원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초미세먼지 성분 분석을 통해 바이오매스 발생원을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측정기를 개발 중이다. 정 박사는 “한 시간 정도면 바이오매스 발생원을 밝혀낼 수 있는 측정 기술과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했다”며 “초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중국 북부와 북한에서 발생하는 바이오매스 연소에 대한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에트머스페릭 케미스트리 앤드 피직스’ 최신호에 게재됐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