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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연구가 이리자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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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어디에 내놓아도 아름답고 독특한 멋을 내는 전통의상을 물려주신 조상께 늘 감사하는 마음』이라는 한복연구가 이은임씨(50). 남편이 연애시절에 부르던 애칭「이리자」로 더 널리 알려진 그는 한복패션쇼에서 외국인들의 찬탄을 들을 때마다「자랑스런 우리 한복」에 새삼 애착을 느낀다고 말한다. 교사이던 남편이 군에 입대하자 생계를 떠맡게된 이씨가 한복마춤집을 차린 것은 1963년. 한복집이라면 변변한 간판도 없이 삯바느질하는 곳쯤으로 되어있던 시절에 그는 정식으로 쇼윈도를 만들어 한복차림의 마네킹까지 세웠으니 처음부터 남다르게 출발한 셈이다. 현대감각과 편리성을 살린 이씨의 디자인과 바느질법이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바람에 한복만들기 23년째 접어든 지금은 70여명의 종업원을 두고있다.
1974년이래 해마다 두세 차례씩 해외에서 한복패션쇼를 열면서 고급한복의 대명사처럼 된 「이리자 한복」을 일본 도오꾜의 일류 백화점에 진출시키고 교오또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지점까지 운영하는 그의 성공비결은「덜 놀고 덜 쓰고 그날그날 최선을 다하는 생활」. 밤9시쯤부터 4시간 가량 자고 나면 새벽5시 무렵까지 디자인을 연구하거나 그날 처리할 일들을 미리 준비한 뒤「남들 같은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씨는 남보다 4시간 가량 새벽일을 더한다지만 몸살이라도 날듯하면 일부러 할 일을 만들어서라도 앓을 틈을 없앤다니「남달리 바쁘고 부지런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고 해야 옳을 듯하다.
경제적인 여유와 함께 부부동반·가족동반 나들이가 잦아진 때문인지 예전엔 주부들만 주로 입던 한복을 성인남성이나 어린이들도 차차 즐겨 입는 경향이라고 반기는 이씨. 아직도 「한복은 불편한 옷」으로 여겨 파티복 내지 혼례복 또는 나들이옷으로나 이용하는 편이지만 실용적인 옷감과 바느질법을 이용하면 평상복으로도 널리 입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의 수입은『이만한 사업을 운영하면서 한푼도 빚지지 않고 1남2녀의 교육비와 생활비를 빼고도 매달 50만원 가량을 자신의 용돈으로 쓸 수 있는 정도』라고.
이씨는 앞으로도 한국을 해외에 알리기에 더없이 좋은 방법인 한복패션쇼를 계속 열면서 한국전통의상전시관을 세우겠다고 다짐한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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