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식장 사용료 올리라는 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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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요즘 보사부와 결혼예식장 업주사이에 기이한 시비가 벌어지고 있다. 「기이하다」는 표현은 우리의 상식과는 어긋난다는 뜻이다.
보사부가 각시·도에 현행 예식장요금을 조정해주라는 지시가 바로 그것이다.
업자들이 인상을 해달라고 아우성을 쳐도 부국이 제동을 거는 것이 지금까지의 상례인데 도리어 당국이 올리라고 해 업자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보사부는 인상이유로 예식장요금이 81년3월에 고시된 것이어서 너무 오랜기간이 흘렀고 22개 업소를 표본조사한 실태에서도 인상요인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정이 그렇다면 업자들이 반겨야 할터인데 반대로 대부분의 지역업자들은 가뜩이나 업소가 난립해 값낮추기 경쟁을 하고있는 터에 고시가인상은 실정을 모르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보사부의 표본조사는 거짓이 아니면 일부 특정업자나 지역만을 상대로한 표본이라할수 없는 조사에 불과하다. 또 고시한지 오래되었다고 무조건 인상해야한다는 발상도 납득이 안된다.
정부가 원래 관허요금을 설정한 이유는 이들 요금이 공적성격을 지닌데다 다른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또한 관허요금설정 당시에는 업자들이 몇몇에 불과해 서로가 담합해 요금을 멋대로 조작할 우려가 많았던데서 연유하고 있다.
예식장만해도 고시가 한도액을 정할수 있도록 규정한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이 생긴 69년이래 우후죽순처럼 난립해 종전의 독과점관계에서 과당경쟁관계로 변모한지 오래됐다.
예식장의 수와 분포가 옛날과 판이하게 달라져 이제는 값낮추기 경쟁과 함께 시설경쟁 서비스경쟁까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어 고시가의 존재의미도 별로 없는 상태다.
이제 이런 문제는 시장원리에 맡겨두어도 안심할수 있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보사부가 이러한 상황여건의 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직도 고시가를 쥐고있는것도 의젓하지 못하고 대부분의 업자들이 안올리겠다는 것을 올리도록 지시한 것은 더구나 납득할수 없는 행정이다.
업자들의 고충과 사정을 그처럼 도와주고 싶다면 값을 올리도록 부추기기에 앞서 예식장이 건전하게 육성되도록 알뜰한 행정지도를 해주는것이 바람직한 일이 아닌가.
예식장 사용료의 상한선을 그어주고 업자들이 그 범위안에서 자율적으로 가격을 정해 받을수 있도록 해주는것이 온당하다.
지시행정이나 획일적이고 변의한 행정은 이제 접어둘때가 됐다. 보사부는 예식장요금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86·88두행사를 앞두고 식품·위생행정에 주력하고 성인병실태나 제대로 파악하고 분쟁많은 의·약분업만이라도 제자리에 앉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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