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자녀지도위한 어머니교실에 문제있다|아직도 떠먹이기식 교육에 매달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참석자>
▲염금련
(47·서울강서구화곡동)
▲이상복
(37·서울영등포구여의도동대교아파트)
▲조춘실
(37·서울강서구방화동건우아파트)
▲노명신
(33·서울강남구방배동)
자녀들의 학과지도를 위한 어머니교실이 최근들어 각여성단체들에 의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작년 서울YWCA가 어머니 글짓기교실을 개강한 이래 주부클럽연합회가 △어머니 영어교실 △국교 어머니 산수교육, 주부교실중앙회가 △국교생 자모를 위한 특수교실을 운영했으며 한국부인회가 △중1 어머니를 대상으로한 어머니가정교사프로그램을 마련, 7일부터 영어·수학을 가르칠 계획이다.「어머니가 교과를 배워 자녀를 가르치자」는데 뜻을 둔 이들 교육프로그램을 주부들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긴급좌담을 통해 알아봤다. 【편집자주】
▲노=재수생인 사촌동생이 다니는 학원에 어머니 수강생이 1명 있대요. 이 어머니 학생의 모의고사 점수가20점, 30점 수준으로 다른 학생들과 너무 차이가 커 학원측이 나가달라고 해도 막무가내여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겁니다. 물론 이 어머니학생은 본인이 대학을 가겠다는게 아니라 자신이 배워서 고교생인 아들을 가르치겠다는 의도였지요. 그 얘길 듣고 여간 한심해 하지 않았는데 여성단체까지 그런데 앞장서다니 정말 말문이 막혀요.
▲조=여성단체에서 하는 교과내용이 어느 수준인지 받아보지 않아 잘 모르지만 1∼3개월 과정으로는 공연히 어쭙잖은 지식이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 같은 수학 문제를 풀더라도 방법에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엄마가 알고 있는 것과 학교에서 가르친 것이 차이가 날 경우 혼란도 일으킬수 있으리라고봐요.
▲염=엄마가 아이를 끼고 가르치는 것은 일시적으로는 성적이 오를지 모르지만 곧 한계가 와요. 그것은「엄마성적」이지「아이성적」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이=맞아요. 그런데도 요즘 교육풍토가「성적」만을 중시하니 모두들 1점이라도 더올리려고 극성을 부리게 되지요.
그렇지만 언제까지「숟갈로 떠먹이는」식의 교육을 할 수없다는건 불을 보듯 환한일이지요.
▲노=여성단체들이 이런 점에 초점을 맞춘 것은 과외지도가 없어졌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만 결국 이 혜택(?)도 시간 여유가 많고 돈이 있는 사람만 누릴수 있으니 자식들에게 새로운 불평등을 조장시킬 뿐입니다.
▲조=좀 심한 표현인지 모르지만 여성단체가 돈을 벌수 있는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해냈다는 느낌이 큽니다. 어머니가 가정교사가 돼 직접 교과를 지도하는 것보다 어머니 자신에게 필요한 공부를 계속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정신적 지주가 되는데 교육적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알고 방향 제시를 하는 것과 모르는 것과는 차이가 나지요. 과거 어머니들이 배운 교과과정과 지금은 현저히 다르기 때문에 새롭게 아는 것은 가치가 있다고 인정해요. 그러나 배운지식을 교과서적으로 가르치면 안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배우는 것은 좋되,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는 거지요.
▲염=어머니들이 자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건강에 유의하고 공부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어머니들 자신부터『공부잘해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생각을 고쳐야만 비정상적인 교육열을 충동질하는 모든 것이 근절되리라고 봅니다.<정리=홍은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