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뿌리를 생각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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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단군기원4318년의 개천절을 맞는다.
국조 단군이 이땅에 첫 나라를 세운 날을 기념하는 이국경일에 새삼 착잡한 감회에 젖는다.
그것은 올해 민족분단 40년만에 처음으로 남과 북으로 떨어져 살았던 이산가족의 일부가 역사적인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다는 사실로해서 이며 다른 하나는 단군성전 건립을 둘러싸고 개신교단의 공개적 반대운동으로해서 야기된 격렬한 논쟁이 있었기때문이다.
거기서 우리는 강대국들의 세력다툼속에 압살되고 있는 약소국의 비중을 새롭게 깨달으며 이념과 체제와 종교적 장벽이 갈라놓은 민족분열의 아픔을 새로 실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민족의 불행이요, 고통이긴 하지만 그같은 현실을 투철하게 인식하고 문제의 근원을 파악한다는 그 자체는 값진 경험이기도 했다.
앞으로의 과제는 그같은 민족의 난제들을 민족이 스스로 깨달아 사랑과 협력으로 타개하는 일이다.
그 첫 걸음으로 지금까지 초라하게 치러지던 개천절행사가 올해부터는 거국적으로 성대하게 이루어지고있다.
그것은 분단된 현실을 자각하는 대다수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며 세계사의 격낭을 헤치고 살아남지 않으면 안되는 이 시대극복의론이이기도 하다.
개천절의 의미는 실로 이땅에 살고있는 모든 사람이 화합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게하는데 있다.
그것은 이념과 체제의 장벽을 부인하며 종교와 신념의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논의인 것이다.
단군은 비록 고려중기의 기록에서 발견되고 있으나 그의 역사적 실존은 민족의 삶의 의지와 생활방식 속에서 면면히 이어져왔다.
그것은 비록 신화적으로 기술되기는 했으나 결코 역사적 사료의 빈곤을 탓하며 매몰하고 무시하며 부정해야할 기록일수가 없다.
앞으로의 문헌학적 고고학적 증거들이 신화를 역사로 증거할 날이 온다면 더이상 고마울수가 없다.
그러나 그런날이 오지 않는다 해도 단군을 국조로 받들고 그의 뜻과 업적을 기려온 민족통합의 기본정신을 지금 소홀히 할수는 없다.
고려가 몽고와 계단등 북방족의 침략에 대항해서 민족단합의 상징으로 내세운 것이 단군이요, 조선 역시 건국과 함께 나라의 체통과 민족의 자존을 확립하기 위해 내세웠던 것이 바로 단군이었던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니다.
단군은 우리의 민족적 문화적·역사적 구심점이며 시련극복의 지혜였으며 민족자존의 핵심이었다.
그같은 사실을 안식하지 못하고 한갖 종교적 이유를 들먹이며, 혹은 사료부족을 탓하며 조상을 욕보이고 민족 분열을 조장하는 것은 결코 온당한 태도일수 없다.
개천절에 단군을 경모하면서 우리는 특히 「홍익인간」을 내세운 개천의 정신을 되새겨야겠다.
두루 사람을 이익되게 하는 국조의 사상에는 인간사랑, 인간존중, 민주 민권의 보편가치가 충만함을 본다.
그같은 개국정신은 근대국가들의 건국 이념에서 표현된 것보다도 오히려 더 성숙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이 아닌가.
그것은 바로 우리민족의 자랑이며 긍지의 원천임을 깨달아야겠다.
이는 곧 국리민복의 사상이며 민족화합의 사상이며 국토통일의 정신이 아닐수 없다.
이 기회에 우리는 그간 지연되어온 단군성전건립과 단기사용의 재개를 아울러 촉구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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