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두성 워싱턴특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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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레이건」미대통령은 최근 80명의 미국 신문편집국장과 방송인들을 백악관에 초청, 오찬을 베풀었다. 식사는 쇠고기를 중심으로한 3코스 요리로, 백악관 기준으로는 소박한 것이었다.그러나 음식에 곁들인 포도주는 15년 묵은 프랑스산 브루군디였다.
이 포도주가 말썽이 되었다.이 소식을 전해들은 갤리포니아주의 포도주 생산업자들은『그렇지 않아도 유럽산포도주의 독주앞에서 보호주의 조치를 요구하던 판에 대통령이 이럴수 있느냐』고 항의했다.
포도주 생산지역인 캘리포니아주 소노마 카운티 출신의「보스코」하원의원은 『이건 바보같은 짓이고, 형편없는 본보기가 되었다』고 격분했다.
이에 대해 백악관측은 『이포도주는 내빈 접대용으로 이미 10여년전부터 백악관 창고에 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예산긴축시대에 새 술을 사느니보다는 있던 것을 마신게 뒤가 나쁘냐는 것이었다.
다른때 같은면 아무 말썽거리가 되지 않았을 이 백악관의 프랑스 포도주 물의는 지금 워싱턴을 휩쓸고 있는 보호주의 열풍이 얼마나 히스테리컬한 정도로까지 번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출신구에 신발공장이 밀접해 있는 버지니아주출신「워너」상원의원의 사무실에는 수천개의 구두밑창이 쌓여 있다. 개개의 밑창에는 『신발수입을 규제해서 우리직장을 보호해달라』는 신발공장 근로자들의 호소가 적혀있다.
또 사무실 한 구석에는 섬유류규제를 호소하는 섬유공장 근로자들, 초컬리트 수입규제를 호소하는 초컬리트공장 근로자들의 편지가 2만장이나 상자속에 쌓여있다.
이와 같은 보호주의 열풍에 대한 역풍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공산품수입규제를 강화하면 외국이 미국산농산물에 대해 보복을 해올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농민들의 보호주의 반대 편지도몰려들고 있다.
보다 덜 감정적 차원에서는 경제전문가들이 사양산업의 경우 보호주의로 보호되는 일자리보다 잃는 일자리가 더 많을것이라든가, 미국무역적자의 원인이 달러강세와 산업구조 개편의 여파등주로 미국 국내 문제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이성의 소리도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의 프랑스제포도주사건이 보여주듯「감정적 보호주의」풍조가 큰 흐름을 이루고 있고, 86년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이「정치적 동기」에서 이에 편승하고 있다.
이와같은 소용돌이는 유권자 또는 특정산업의 개별적 의사표시 단계, 의회 청문회단계, 법안 제출단계, 정부조치 단계등 여러 단계의 움직임이 언론에 반영되는 잡다한 모습으로 이루어지고있다.
따라서 이의 표적이 되고 있는 한국은 특정 보호주의 움직임이 있을때 그 단계의성숙도, 주체세력의 배경, 보호주의 논리의 미국내 설득력 등을 잘 판별해서 대응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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