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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많은 한국 사랑해 한글 공부 시작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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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인생도 마찬가지야. 너무 바쁘고 빠르게 살면 삶의 아름다움을 쉽게 놓칠 수 있어’. 중국 베이징(北京)대 한국어학과 4학년생인 두원신(都聞心·23)이 지난 13일 열린 ‘제10회 중국 성균한글백일장’에 참가해 쓴 글 중 한 대목이다.

베이징서 과속 주제 ‘성균백일장’
56개 대학 한국어 전공 91명 참가
20시간 기차 타고 온 응시자도

글제는 ‘과속’이었다. 돌아가신 할머니를 회상하며 천천히 사는 삶의 중요성을 한글로 쓴 두원신이 금상을 받았다. 그는 “고향인 중국 지난(濟南)시에서 한국인 주민들과 교류하다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한국은 음식이 맛있고 정 많은 사람들이 모인 나라다. 한국을 사랑해 백일장에 참여했는데 상까지 받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 백일장엔 베이징·상하이(上海)·산둥(山東)성·지린(吉林)성 등에 소재한 56개 대학의 중국인(조선족은 제외) 재학생 91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모두 한국어 전공자다. 백일장 금·은·동 수상자에게는 성균관대 대학원 석사 과정 학비가 지원된다.

중국 백일장은 2007년에 처음 열려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수상자 중 18명이 성균관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심사위원장인 김호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빨리빨리 문화’(한국)와 ‘만만디 문화’(중국)를 비교해 쓸 정도로 두 나라를 깊게 이해하고 있는 참가자가 많았다”며 “양국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할 인재들”이라고 말했다.

구이린(桂林)시에서 20시간 기차를 타고 온 광시(廣西)사범대 3학년 량리리(梁悧悧·22)는 “한국 방송 프로그램 ‘런닝맨’ 등을 즐겨 보고 있으며 가장 좋아하는 한국 배우는 송혜교다. 3년간 공부한 한국어 실력을 시험해 보려 백일장에 참가했다. 상에는 큰 욕심이 없다”며 웃었다. 다섯 명의 전체 남성 참가자 중 한 명인 중국해양대 4학년 왕이쉬안(王儀軒·23)은 “『훈민정음』 『월인석보』를 읽고 감동했다. 한국 대학원에 가서 중세국어를 전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중국 개최 10주년을 맞아 ‘백일장 동문회’도 만들어졌다. 초대회장이 된 뤄위안(羅媛·31)은 1회 은상 수상자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경기도 수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그는 “백일장은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었다. 대학원 진학과 한국 기업 입사라는 선물을 줬다”고 했다. 성균관대는 베트남·오스트리아·우즈베키스탄 등에서도 백일장을 열었다. 지금까지 참가자가 1476명에 이른다.

베이징=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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