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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없는 북녘에서 일요예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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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땅에 평화를>
【평양∥합동취재단】분단 40년만에 북녘땅에서 처음으로 공개적인 기독교예배와 가롤릭미사가 올려져 종교가 없는 땅에 복음의 찬송과 기도가 메아리쳤다.
평양방문 사흘째인 22일 주일을 맞아 서울측 이산가족고향방문단및 예술단단원중기독교신자 50여명은 이날상오6시10분부터 투숙하고있던 고려호텔3층 제1영화관에서 개신교예배와 가톨릭미사를 차례로 올리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기원했다.
이날 예배에는 한적 김상협총재 지학정주교 홍성철고향방문단장 황준근목사등이 참석했다.
김상협층재는 『평양에서 기독교인들의 예배는 참으로 뜻깊은 일』 이라고 말했다.
단상에 서울에서 준비해간「고향방문및 예술공연단 주일예배-1985 9·22 평양」 이라고 씌여진 현수막을 걸어놓고 올린 이날 예배는 황준근목사의 인도로 묵도, 찬송가21장 「찬양의 찬송」,사도신경낭송으로 이어졌다.
찬송가 3백71장 「삼천리반도 금수강산 하나님 주신 강산」을 부를때는 예배자들은 모두 숙연해져 목소리가 떨렸다.
이산가족인 박인각장로는기도를 통해 『국토분단의 비극으로 1천만 이산가족이 그토록 많은 슬픔과 고통을 면치 못했다』 면서 『그들이 상봉할수있는 문을 열어주신 하나님의 은총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는 또 『이산가족의 상봉이 곳곳으로 확산돼 만나는 기쁨을 누리는 축복을 주시옵소서』 라고 간구했다.
황목사는 「만남과 이별」 이라는 주제로 창세기 27장 41∼45절을 봉독한뒤 「이삭」의 쌍동이 아들 「에서」와 「야곱」의 예를 들면서 『만남의 기쁨보다 이별의 슬픔은 훨씬더 크다』 고 말하고 『이땅에 하루 빨리 평화를 내려주소서』 라고 기도했다.
예배가 끝난뒤 신자들은 북녘땅에서의 감격적인 성찬식을 가졌다.
이어 베풀어진 주일미사는 원주교구 지학정주교의 집전으로 1백3위 한국순교성인시성 1주년기념축일미사로 진행됐다.
지주교는 강론을 통해 『1945년 해방직후 많은 성직자들이 체포돼 목숨을 잃은 평양에서 역사적인 미사를 집전하게돼 무엇보다 의미가 깊다』 고 말하고 『많은 순교자들의 희생으로 이땅에 멀지않아 평화가 올것으로기대한다』 고 말했다.
지주교는 이어 『나자신도 어제 37년만에 여동생을 만났으나 가까운 친척 7명이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슬픈소식을 들었다』 면서 『분단의 아픔은 말로 표현할 길 없지만 냉엄한 역사의 현실속에서 우리는 민족과 나라를 위해서, 그리고 조국통일을 위해서 희생하고 봉사하는 생활태도를 가져야할것』 이라고 강조했다.
지주교는 강론에 앞서 본 기도문을 읽는중 순교자들의 희생대목을 읽으면서 너무나 감격에 복받쳐 기도를 계속하지 못한채 눈물을 흘리며 울먹여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을 숙연케했다.

<대생빌딩 관람>
○ 서울체류 3일째를 맞은 북측 공연예술단 50명은 일요일인 22일 상오 여의도대한생명63층빌딩과 비원을 관광했다.
이영덕한적부총재와 손성필북적위원장은 이날상오 대한생명 63층빌딩에 도착, 미리나와 있던 최정영 신동아그룹회장의 영접을 받고 지하1층 매장과 최신시설의 수족관을 둘러봤다.
최회장은 북한의 손위원강이 『이 빌딩의 건축은 어디서 했느냐』 고 문자 『건축은 우리손으로 했으며 심혈을 기울여 만든것으로 동양에서 제일 높은것』이라고 실명.
이어 이곳을 떠나 비원에 도착한 이들은 갈 정돈되고 깨끗한 옛궁궐을 보고는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큰새우리 관심>
○ 이충우 남서울대공원소장의 안내로 1번차에오른 손성필북적위원강은 4백여마리의 각종 조류가 들어있는 「큰새우리」 를 지날때 각별한 관심을 표시.
안내를 맡은 오창영동물부장이 손위원장에게『우리나라의 유명한 조류학자 원병오교수가 평양출신이며 아버님인 원홍구씨도 유명한 새박사』라고 소개하자손위원장은 『원홍구씨는 북한에서 존경받는 원로학자』 라고 답변.
손위원장은 또『10여년전 아들 원병오교수가 날려보낸 철새를 아버지 원홍구씨가 우연히 발견, 화제가 된 일이 있다』며 부자간에 막혔던 분단의 장벽이 철새로 이어졌다는듯 감회어린 모습을 보이기도.
○ 남서울대공원 해양동물관에서는 이날 북한고향방문단을 맞아 2O분간 각종 돌고래쇼를 보여주었는데 손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방문단들은 특별한 관심을 표시. 돌고래들이 묘기를 부릴때마다 박수를 보냈다.
이날 돌고래쇼는 남북간의화합을 기원하는 「행운의 종」을 돌고래들이 치는 것으로 끝났다.
○ 남서울대공원을 1시간반동안 관람한뒤 손위원장은『앞으로 남북이산가족들의 교류와 함께 동물교류도 실시하자』는 오창영부장의 말에『세계의 희귀동물을 보여줘 고맙다. 갖가지 동물을 돌보려면 여간 힘들지 않겠다』면서 악수를 건네고 차에 올랐다.
○ 호암미술관 방문에 이어 자연농원에 들른 북측 고향방문단일행은 하오4시10분 4대의 사파리에 분승, 사자우리 호랑이우리를 거쳐 최근 신축된 지구마을등을 5시20분까지 계속 관람했다.
북측 고향방문단은 사자와 호랑이가 차량가까이 와서 으르렁거리자 호기심어린 눈초리로 쳐다봤으며 우리측안내원들에게 『어디서 사자를 사왔느냐』 『이런 곳이 남쪽에는 몇개나 있느냐』는 질문공세를 폈다.
평양에서 교수로 있다는 정천추씨는 『평양에도 이런 동물원이 있느냐』 고 묻자『평양북쪽에 대생산동물원이라는곳이 이곳과 비슷하나 자연농원처럼 방사하지 않는다』 고 답변하기도 했다.
모란봉이라고 새겨진 손목시계를 찬 김모라는 한 방문단원은 『북쪽에서도 일요일에 가족과 함께 이런곳에 놀러가느냐』는 질문에 『전력사정에 따라 금요일 수요일등에 놀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놀러가는 경우가 주로많다』고 대답.
북측 고향방문단은 자연농원이 소개된 꽃이 그려진 책받침 1개씩을 선물로 받았다.

<부부동반 없어>
○ 서울예술공연단의 1차공연이 있은 21일 평양대극장에는 공연시작 45분전인 하오2시15분부터 관객들이 몰려들기 시작, 3O분전에는 이극장으로 통하는 2개의 간선도로에 많은 인파가 붐볐다.
대부분이 4O대 후반인 관객들은 선택된 사람들인 것으로 보였는데 부부동반은거의 없고 남자와 여자의 비율이 8대2정도로 남자들이 압도적.
○ 막이 오르기 10분전에 입장이 끝나 1천8백6석의 좌석을 모두 메우고 일부는 통로나 좌석 뒤편에 서서 관람하는등 성황이었다.
○ 관객들은 한 종목이 끝날때마다 열렬하지는 않지만 박수를 보내기도 했는데 18가지의 레퍼터리증 관객들이 가장 많은 박수를 보낸 것은 화려한 「부채춤」 과 소프라노 이규도교수의「그리운 금강산」이었고, 「서울의 찬가」에는 전혀 박수를 치지 않았다.
공연이 진행되는동안 잠실의 올림픽스타디움, 곧게 뻗은고속도로가 무대 배경으로 나올 때마다 관객들은 서로 귀에다 손을 대고 소곤거리는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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