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성년의 무게를 더한 신선한 "목소리"|「중앙일보 20년」 어제와 오늘 명사인사 4명은 말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중앙일보 창간 20돌. 지난 20년은 말의 과장없이 격동기였다. 중앙일보는 한국 언론사에 여러 신기원을 이룩하고 뉴 프런티어를 개척하며 짧은 연륜동안에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창간20돌을 맞아 중앙일보와 관련이 깊었던 사회 저명인사 4명의 좌담회를 마련, 지난 20년의 중앙일보를 평가받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해 보았다. 참석자는 최정호씨(연세대교수·신문방송학·전 논설위원), 태두완씨(민정당의원·국회외무위원장·전 논평위원), 홍사덕씨(신민당의원·대변인·전 기자) 최인호씨(소설가·연재소설 작가).
▲최정호=창간 2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렇게 축하하는 것은 우리 나라의 어려운 현실에서 한 신문이 탄생하여 20년을 살아남았고, 또 기존의 신문들과 경쟁하여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는 것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간과하기 쉬운 것은 개인에게 있어서나 신문에 있어서나 그 존립의 뿌리를 든든히 한다는 의미의 중요성입니다. 특히 격동기에는 더 그러합니다.
또 중앙일보가 창간되던 65년에는 많은 신문들이 기존의 독자를 확보하고 있을 때입니다. 신생신문으로서 어려움이 많았을 때인데 그 가운데서 활기 있게 신문을 만들어 자리를 잡아갔다는 것, 또 대 신문으로 자라났다는 것은 대단합니다. 한국신문사의 한 경이라고 말할만합니다.
▲신두완=중앙일보가 창간될 때에는 딴 신문에 있으면서 지켜보았는데 굉장한 활력이 있음을 느꼈습니다. 69년부터 중앙일보·동양방송으로 옮겨와 논평위원으로 있게 되었는데 역시 그러한 점을 확인했습니다.
▲홍사덕=초기의 중앙일보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기자들간의 사내 언론도 활발했고 기자들의 아이디어가 과감하게 수용되는 탄력이 있었습니다. 진취적인 자세라 할까요. 중앙일보의 강점이었습니다.

<시련속 정상을 차지>
▲최인호=대학에 들어갔을 때 중앙일보가 나왔는데 독특한 컬러때문에 호감이 갔다는 기억을 합니다. 문화면의 활기같은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최정=중앙일보가 탄생했던 60년대 중반은 우리 사회가 산업화단계로 들어갈 때입니다. 서양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산업화가 정착되면서 시민으로서의 욕구가 커질 때입니다. 그러한 때 시민으로서의 모럴 페이퍼가 필요해집니다. 중앙일보는 그 탄생과 함께 그러한 시대의 요구에 부응해 나갔다고 봅니다.
▲최인=문화면의 확충같은 것이지요. 문화면을 대폭 늘렸고 여성·가정문제도 적극적으로 다루어 나갔습니다. 문화·생활 쪽으로 관심을 넓혔는데 당시의 신문들이 대체로 경직되어 있을 때여서 신선함을 주었습니다.
▲최정=「당신의 가정을 풍요롭게 하는 생활정보를 제공한다」는 캐치프레이즈는 서양에서도 정치에 대한 관심 일변도에서 벗어나면서 신문들이 강조했던 부분입니다. 사회의 다양화와 함께 당연히 요구되는 것이지요. 중앙일보에서 건강에 관한 기사를 계속 실어 큰 인기를 얻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것도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산업화·도시화되면서 생활의 개선을 이루고자하는 열망을 갖게 되는 때에 딱 들어맞는 기획이었습니다.
▲태=중앙일보는 당시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신문에 기업적 운영의 틀을 제시했습니다. 기업성이라는 것이 신문의 공익성과 배치되는 것으로 생각되기 쉽겠습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기업성을 살림으로 해서 든든한 공익성의 바탕을 얻는 것이지요.
저로서는 중앙일보가 이러한 기업성을 바탕으로 해서 신문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터전을 마련했다고 봅니다. 또 많은 인재를 발굴하여 신문의 힘을 키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인사문제에서 항상 만족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중앙일보는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겠다는 욕심을 가졌고 많은 사람들을 포용했습니다.
▲홍=해외특파원을 많이 파견하여 세계의 움직임을 신속하게 알려줄 수 있었던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해외특별취재도 타신문에 비해 활발했습니다.
오래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중앙일보의 조사자료기능의 뛰어남입니다. 최근에 단행본 장서가 4만권이 넘어섰다는 말을 들었습니다만 신문조사자료실로서는 대단한 규모입니다.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조사자료 기능이 뛰어나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덕택에 어쭙잖은 중공통(?)이라는 말도 들었습니다만(웃음). 그러한 투자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은 합리적인 기업성의 발로라고 보여집니다.
▲최인=작가·필자들에 대한 예우도 앞으로 더 높아져야겠지만 그 동안 중앙일보가 쭉 앞서 왔다는 것을 인정해야겠습니다.

<첨단의 조사자료>
▲태=중앙일보는 경제·사회·문화 등 부문에서 많은 것을 알려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딴 신문이 소흘히 했던 것을 잘 포착한 셈이지요. 말하자면 다채로웠다고 하겠습니다. 하루하루의 생활에 필요한 가정적·사회적·국제적인 뉴스들을 전달해 주었습니다.
▲홍=기획물에서도 독창적인 면모를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최정=중앙일보의 그간의 기획 중에서 「민족의 증언」이나 「제삼공화국」같은 최근세사를 살펴본 연재물은 특기할만합니다. 신문에 독점이라는 것이 없으니까 곧 딴 신문들도 따라갔지요.
▲홍=바로 얼마 전 있었던 일에 대해 기록하고 평가하는 작업은 신문으로서 매우 중요합니다.
▲최인=「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중에서도 흥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홍=우리는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을 곧잘 망각하고 그와 유사한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정치·경제·사회 모든 분야에서 그러하지요. 우리가 오늘 하고있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지향이라면 그를 위해 우리의 지난날을 냉철한 눈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입니다.
▲태=중앙일보는 경제기사를 많이 다루어 왔다는 특징도 갖고 있습니다. 일반인들을 위한 경제정보로부터 경제정책에까지 폭이 넓습니다. 경제기사는 흔히 딱딱하기 쉬운데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써나가려는 노력이 두드러졌습니다.
▲최정=경제부문의 논설진들도 강했다는 기억이 납니다.
▲홍=신문의 생명은 역시 정론을 퍼나가는데 있지 않을까요. 우리의 신문들은 시대의 굴절 속에서 지나치게 유연해진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신문 나름대로의 관점을 세워서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지 못하고 사태 진전에 따라 시각이 달라지는 점이 눈에 보여요. 중앙일보도 격동기를 지내오면서 나름대로 고뇌하고 노력해 왔다고 봅니다. 정론지로서의 중앙일보를 기대해보고 싶군요.
▲최정=길지 않은 기간동안 3선개헌, 10월유신, 10·26사태 등을 겪었지요. 그러한 격동과 시련을 겪으면서 성숙해 봤다고 생각됩니다.

<딱딱한 내용을 쉽게>
신문의 생명은 독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것입니다. 정론이라는 것은 그것을 바르게 알리는 역할을 다 하는데서 나오는 것이라고 봅니다.
▲최인=요즈음 신문이 모두가 『그저 그렇다』는 지적을 받고있는데 제 모습을 갖추지 못하는 사정이 있겠지만 보다 노력해야겠지요.
▲홍=정권이나 지배층, 수혜자보다 전체의 이익을 위해 당당하고 깊이 있는 논리를 전개해야할 것입니다.
▲태=중앙일보는 중용을 지킨 신문이라 생각됩니다 .어느 한 층을 두둔하기 보다 중간적 입장에서 냉정하게 보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 이 같은 냉정한 입장은 앞으로도 지켜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최정=70년대초 논설위원으로 3년 가까이 중앙일보에서 일했습니다. 유신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그래도 날카로운 비판을 보이려고 모두들 노력했었습니다.
▲홍=신문이 가진 막강한 영향력과 파급효과를 생각할 때 정확하게 사실을 사실 그대로 보도하면 큰 힘을 발휘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최정=정치권력이나 지배집단에 휘둘리지 않는 순수한 입장을 충실하게 지켜나가려는 노력이 신문에서는 언제나 필요한 것이지요.
▲최인=중앙일보는 문화주의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중앙문화대상미술대전·음악콩쿠르·유조현문학상·시조보급 운동 등을 벌이고 있지요. 최근에는 호암아트홀·호암갤러리를 마련했는데 이러한 문화투자는 장기적으로 좋은 결실을 볼 것입니다.
▲태=과학란·어린이란 같은 것도 독자 폭을 넓히는데 기여한 것입니다. 미래의 무제에 대해 관심이 큰 것도 넓은 시각의 한 면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미래문제는 전문가들도 연구해야 할 것이지만 일반 독자들도 관심을 갖고 어떻게 전개될 것이며, 대처해야 할 것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홍=20년이라면 짧은 세월이 아닌데 이제 중앙일보는 확실한 자기 목소리를 가져야하지 않을까요. 축적된 것에서 나오는….

<육중한 모습 갖도록>
▲최인=중앙일보를 보면 우선 신선하다는 느낌을 주는데 그것은 연륜이 오래 쌓이지 않은 신문으로서 권위주의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참신한 시도를 하는 것인데…. 그러다 보니 아쉬운 것은 무언가 육중한 모습입니다. 변함없이 이어져 오는 어떤 자세 같은 것이지요.
▲홍=그 지적은 옳은 것 같습니다. 육중한,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대기자 제도를 확립하거나 외부의 권위 있는 필진을 포용하여 글의 무게를 더해야할 것 같습니다.
▲태=젊은 신문에 집착하는데서 생기는 경향 같습니다. 뿌리를 가꾸어 가는 일이 중요합니다.
▲홍=또 새로운 민족지로서의 면모도 보여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민족지라 하면 전통과 뼈대만 내세우는 인상을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의 민족지가 되어야지요. 중앙일보는 이제 그러한 일을 시작할 때가 되었고, 또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에게 지금의 민족지라는 것은 분단국가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통일에의 길을 밝혀주는 작업을 해내는 신문을 의미합니다. 오래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이탈리아나 독일의 통일운동이 있었을 때 신문들이 여론을 주도하고 형성하는 능동적인 역할을 해냈던 것을 귀감으로 삼을 만 합니다.
▲최정=그러자면 민주주의의 확립이 무엇보다 필요한 일인데 중앙일보는 이제 그를 위해서 힘에 어울리는 소리를 할 수 있는 용기와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태=생활과 밀착된 기사를 쓰는데 있어서도 단순히 생활의 지혜를 넘어서서 의식의 향상을 가져올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겠지요.
▲최인=이제는 많이 읽히는 신문으로의 지향보다「독창성 있는 신문」「미래를 바라보는 신문」으로의 지향이 있었으며 하는 바람입니다.
▲태=중앙일보는 아직 젊으니까 꾸준히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냉정한 입장을 지키는 정론지로 성장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정리=임재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