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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축구를 이끄는 힘, BBC 수비 트리오

중앙일보

입력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는 BBC(베일·벤제마·호날두) 트리오를 앞세워 2015-16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유로 2016에선 이탈리아의 수비 트리오 BBC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위 이탈리아는 14일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대회 E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견고한 수비를 앞세워 벨기에(FIFA 랭킹 2위)를 2-0으로 눌렀다. 당초 이탈리아가 에당 아자르(25·첼시), 케빈 데 브루잉(25·맨체스터시티), 로멜루 루카쿠(23·에버턴) 등 20대 초·중반의 공격진으로 구성된 벨기에에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이탈리아 특유의 빗장 수비가 위력을 발휘했다. 벨기에가 시도한 18차례 슈팅 중에 페널티 지역 안에서의 슈팅은 단 5차례에 불과했다. 이탈리아의 빠르고 조직적인 수비에 젊은 벨기에 공격진은 정확도가 떨어지는 크로스나 중거리슛에 의존해야 했다.

이탈리아 수비의 중심 전력은 스리백 트리오 안드레아 바르찰리(35), 레오나르도 보누치(29), 조르지오 키엘리니(32)다. 이들이 2011년부터 이탈리아 유벤투스에서 뭉친 뒤엔 어느 팀도 두렵지 않은 최고 수비진으로 거듭났다. 이들은 유벤투스를 2011-12 시즌부터 올시즌까지 리그 5연패를 이끌었다. 자국 리그에서 탄탄하게 다져온 수비벽을 이탈리아 대표팀에서도 선보여 4년 전 유로 2012 때 준우승을 이끌었다.

UEFA는 '레알 마드리드에 BBC 트리오가 있지만 이탈리아에선 아주리(팀 애칭) 군단의 수비를 이끄는 BBC가 있다'고 전했다. 보누치(Bonucci), 바르찰리(Barzagli), 키엘리니(Chiellini)의 앞글자를 딴 별칭이다.

이탈리아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공격력 약화로 단 2골을 넣는데 그치며 조별리그에서 1승2패, 조 3위에 그쳤다. 유로 2016에서도 확실한 공격수가 없다보니 프랑스·독일·스페인 등에 비해 우승후보와는 거리가 먼 전력으로 인식돼왔다.

영국 베팅업체 스카이벳은 이탈리아의 유로 2016 우승을 점치는 배당률을 14~18.8배로 책정했다. 24개국 중에 7번째로 높은 배당률로 이탈리아의 과거 명성과는 다소 평범한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이탈리아는 견고한 수비력을 앞세워 4년 전 결승에서 놓쳤던 우승에 재도전한다. 안토니오 콘테(47) 이탈리아대표팀 감독은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을 포함해 유벤투스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4명을 대표팀에 그대로 기용할 수 있는 건 대단한 어드벤티지다. 4명을 바탕으로 깔고 팀을 꾸릴 수 있다"며 수비진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벨기에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엠마누엘레 자케리니(볼로냐)는 "우리 수비진은 환상적이다. 최고의 수비진이 (벨기에와의) 차이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보누치는 "결속력있는 수비가 우리가 보여야 할 목표"라면서 "이제 시작일 뿐이다. 우리는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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