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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반복되는 로드킬, 무뎌지는 죄책감… 우리의 모습이죠”

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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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환경영화제] ② '로드킬' 다룬 영화 2편 감독과 대화

지난 달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제13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눈에 띈 것은 '로드킬'을 주제로 한 작품 두 편이었다. 조현아·김수정 감독의 '동물도감'과 문세은 감독의 '소풍'이다.

조현아·김수정 감독의

조현아·김수정 감독의 '동물도감'

'동물도감'의 운전자는 졸음운전을 하다 노루를 치여 죽이고 나아가 돌고래, 북극곰, 침팬지까지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하지만 로드킬이 거듭될수록 처음의 죄책감은 사라지고, 치여 죽은 동물은 동물도감이 되어 딸의 손에 들어간다.

문세은 감독의

문세은 감독의 '소풍'

문세은 감독의 '소풍'은 사람처럼 도시락을 싸 소풍을 간 노루 가족의 이야기다. 딸이 도로 위의 공을 주우려다 차에 치이지만, 깜짝 놀라 차에서 내린 사람은 치여 죽은 게 노루라는 걸 확인한 뒤 별 거 아니란 듯 노루를 밟고 다시 도로를 달린다.

두 작품은 같은 소재를 다뤘으나 표현하는 방식이나 메시지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영화 상영 후 관객과 영화에 대해 소통하는 자리인 GT(Guest Talk)에서 자세히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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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감독 모두 공통적으로 ‘로드킬’을 다루고 있는데,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었고 제작의도는 어떤 것인가.
김수정 감독(이하 김): "로드킬이 동물을 직접적으로 죽이는 것에서 더 나아가 인간이 동물을 무의식적으로 많이 죽인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것에서 시작해 인간들이 얼마나 이기심을 갖고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지, 경각심을 일으키려 만들었습니다."

문세은 감독(이하 문): "원래 작품에서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동물도 우리가 지켜야 할 가족’이라는 것에서 출발했어요. 만들다 보니 주제가 로드킬이 되었네요."

-김수정 감독께 질문 드릴게요. '소풍'에서의 로드킬은 인간이 냉정하게 느껴졌던 반면, '동물도감'의 인간은 감정이 많이 보였거든요. 어떤 의미를 담고자 하신건가요.
김: "운전자의 감정 변화 또한 고심한 부분이었는데, 관객 분들이 잘 알아주셔서 기쁘네요. 처음에 사람이 양심을 어긴 행동을 하면 놀라거나 당황하잖아요. 근데 이게 반복되면 무뎌져요. 마지막에 보면 오히려 ‘즐기나?'싶은 착각이 들 정도로 운전자의 감정이 변하잖아요. 그것 또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미래 모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을 담고 싶었어요."

-문세은 감독께 질문 드립니다. 등장인물을 특별히 노루로 정한 이유가 있나요.
문: "도로표지판에 노루 모양이 나오잖아요. 그래서 로드킬의 대표적인 동물이라고 생각해서 설정하게 되었습니다."

기사 이미지

노루가 그려진 야생동물보호 표지판. 야생동물의 로드킬을 예방하고 운전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설치된 표지판이다.

-영화 '동물도감'의 제목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김: "도감이라는 게 아이들의 학습용 교재잖아요.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이런 동물이 있고 이런 것을 지켜야 한다'라고 알려주는 책이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정작 환경을 파괴시키는 건 어른이에요. 특히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싶었고, 그래서 '동물도감'이라는 제목에 모순적인 메시지를 담고 싶었어요."

단순히 영화를 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제작자와 작품에 대해 소통하며 보다 더 깊이 영화를 느낄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어 더욱 뜻깊은 시간이 되었다. 서울환경영화제에 참여한 이후 환경문제에 대해 조금 더 귀기울이게 되고, 그저 지나가는 것으로만 보았던 우리 사는 세상도 한번 더 되돌아보게 되었다.

서울환경영화제의 85개의 작품들은 다소 지루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주제를 재미있게, 감동적으로 담아냈다. 111개국 1341편이라는 응모작 중에서 선정된 만큼 재미와 감동이 더할 것이다. 하지만 작품성과 영화제의 규모에 비해 영화제를 찾은 관객이 많지 않아 아쉬웠다. 내년 봄에는 가족, 혹은 친구들과 함께 환경영화제에서 영화 한 편을 보며 우리 주변 환경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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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정수민(영동일고 1)·허예인(정신여고 1)·김혜나(정의여고 2) TONG청소년기자, 청소년사회문제연구소 잠실지부·왕십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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