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레터] 유비쿼터스 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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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미국 올랜도에서 벌어진 총기 테러의 충격에 휩싸여 있습니다. 이제 테러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유비쿼터스(ubiquitous)한 실체가 됐습니다. 미국에선 사건 수습과 별도로 대선 정국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편협한 인종주의적 정서를 자극하던 트럼프에겐 절호의 재료가 됐습니다. 그는 이번 사건을 민주당 정권의 대테러 정책의 실패로 몰고 있습니다. 용의자가 FBI의 심문을 두 번이나 받았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그는 또 아무 대안 없이 그저 무슬림을 때리는 발언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서구에 대한 증오, 이슬람에 대한 증오는 이런 식으로 더 증폭돼 갈 모양입니다.

국내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개원연설이 주요 뉴스입니다. 협치, 구조조정, 대북정책 등이 핵심이었습니다. 특히 국회를 국정의 동반자라고 불러준 것이나, 국회를 존중하겠다고 한 부분이 시선을 끕니다. 불통과 독선의 이미지를 주던 박 대통령이 소통과 협치를 언급한 것은 매우 큰 변화입니다. 야권에서도 이에 대해선 긍정적인 반응이 나옵니다. 박 대통령은 또 “취임사는 꿈으로 쓰고 퇴임사는 발자취로 쓴다”고 했습니다. 좀 늦은 감이 있으나, 퇴임사가 제법 분량을 갖추려면 얼마 남지 않은 임기 중 협치로 결실을 봐야 할 겁니다.


▶관련 기사
① 올랜도 총격테러 '무슬림 혐오' 트럼프에 힘 실리나
② 박 대통령, "국회와 소통과 협력 통해 국정 운영"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원연설에선 개헌이 주목받았습니다. 그는 개헌을 필요한 일이고, 외면할 수 없으며, 누군가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개헌의 주체는 권력이 아니라 국민이라고 했습니다. 상당히 애매한 표현인데, 국회 또는 차기 대선주자를 염두에 둔 듯합니다. 박 대통령은 이미 개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습니다. 국회발 개헌론과 청와대의 개헌 불가론 사이의 길항(拮抗)이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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