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판결 인사이드] 소속사와 계약해지 소송에서 승소한 보이 그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일러스트 중앙포토]

더 이상 전 소속사와 맺은 계약의 효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 주세요.”

5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 A 멤버 전원이 전 소속 연예기획사인 G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다른 소속사에서 일하기 위해선 자신들이 더 이상 G사에 속해 있지 않다는 것을 법적으로 확인받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어쩌다가 이런 내용의 소송을 냈을까요?

지난 2014년 A그룹 멤버들은 G엔터테인먼트사와 5년 전속계약을 맺었습니다. 계약서에는 ‘멤버들은 회사가 자신들을 관리할 수 있는 독점적인 매니지먼트 권한을 위임하고, 회사는 멤버들이 재능과 실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일정 관리 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적혀있었습니다. 회사는 멤버들의 연예활동 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기획·지원 업무를 수행해야 했고 멤버들도 그에 상응하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취지였죠.

하지만 계약 초기 단계부터 양쪽 관계는 틀어졌습니다. 소속사가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G엔터테인먼트가 제대로 된 전용 연습실을 제공하지 못해 멤버들은 제한된 시간에만 연습실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나중에는 사용료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쫓겨나기도 했습니다. 연예인 활동을 위해 필요한 보컬 레슨과 연기지도 등도 지속적으로 제공 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지난해 2월 멤버들은 “회사가 매니지먼트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다”며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우편을 G사에 발송했습니다. G사는 “우리는 인적·물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데도 멤버들이 일방적으로 전속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양쪽의 의견과 증거를 받아본 법원은 A그룹 멤버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5부(부장 임태혁)는 그룹 A가 G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낸 전속계약 부존재 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회사 측에서 계약서에 적시된 대로 성실하게 매니지먼트 업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연예인과 기획사 사이에 체결되는 계약은 고도의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맺어진 의무감이 있어야 하는데 서로 신뢰관계가 심각하게 훼손되어 더 이상 계약의 구속력을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연예인과 소속사의 전속 계약 파기와 관련된 소송은 계약조건을 어떻게 정했느냐에 좌우됩니다. 이른바 '노예계약'처럼 조건 자체가 어느 일방에 지나치게 불리하게 돼 있지 않다면, 계약내용 준수여부가 재판의 쟁점이 됩니다.

지난 5월엔 걸그룹 ‘여자친구’ 소속사 쏘스뮤직이 “연습생 김모씨가 계약기간 동안 연습실에서 도망치는 등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다”고 주장하며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 승소했습니다. 법원 관계자는 “손해배상이든 계약무효 확인 소송이든 계약 내용 이행여부가 판단의 중점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정혁준 기자 jeong.hyukj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