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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일본 다음으로 가장 큰 원폭피해를 보았다고도 볼수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현재 원폭피해자만 2만3천명) 에는 핵을 주제나 소재로 다룬 작품이 어떤 것이 있을까.
이상하게도 음악·미술·무용등 각 장르의 예술을 모두 합쳐도 세인들의 주목을 모은 작품은 거의 없다.
다만『나는 피폭자』 라는 연극이 세계 여러나라에서 공연되면서 국내공연까지 기획되고 있으나, 국립극단의 레퍼터리선정위원회의 공연거부에 부닥치고 있다.
이 작품은 미 메릴랜드대 한국인교수 홍가이씨가 집필한 것으로 84년8월 영국의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참가해 호평을 받은 것을 비롯, 84년 한햇동안 런던·부다페스트·동경등 세계각지에서 공연되었고, 현재 서독에서도 공연이 추진중이다.
아버지의 강제징용에 따라 피폭당시 히로시마에 있었던 8세 한국인소녀 「영주」. 해방과 함께 귀국한 그녀는 처녀가 돼 한국청년과 결혼한다. 그러나 기형아를 낳게 되고 결국 시집에서 쫓겨나고 만다.
원폭피해 때문이라고 단정한 그녀는 일본으로 밀입국하나 치료조차 받지 못한채 호스티스로 전락한다.
그동안 미국인을 만나나 또 태어난 아기도 역시 기형아. 울부짖는 그녀는 마약밀수에 관계했다는 혐의로 재판정에 선다.
그녀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침대이불보로 줄을 만들어 목을 맨다.
이 작품의 줄거리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립극장의 의뢰로 연출가 김석만씨가 최근 번역을 끝냈다.
그러나 지난달16일에 열린 국립극장 레퍼터리선정위원회에서 작품공연을 거부했기 때문에 국립극장에서는 막을 올릴수가 없게되었다.
국립극장의 허규극장장은『이 작품을 선정할 수 없었던 것은 국립극단이 공연하기에 적합치 않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정통적인 연극을 해온 국립극단으로서는 그 범주에서 벗어나는 작품선정에는 어려움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작가 홍가이씨는『국립극단의 공연거부에 대한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며『일단 민간극단을 선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번역을 맡았던 연출가 김석만씨는 『연출가로서 한번 욕심내고 싶은 작품이다. 많은 메시지가 담겨있고 연출가로서의 재해석이 가능한 독특한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이 연극의 막이 올라갈지는 아직 알수 없다.<끌><양헌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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