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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030년 ‘마션’ 현실화, 유럽·러시아·중국은 2020년 탐사키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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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3호 14면

작업장·거주지·화장실 등이 설치된 ‘HERA’란 이름의 거주모듈을 개발 중인 NASA의 화성 표면 기지 상상도. [중앙포토]

한국은 이제 겨우 38만㎞ 바깥의 달을 목표로 뛰고 있지만 미국·러시아 등 세계 우주강국들은 최소 5452만㎞, 최대 4억233만6000㎞ 떨어진 화성을 향해 경쟁적으로 몰려가고 있다. 그것도 무인이 아닌 유인 우주선이다. 화성 유인탐사가 성공한다면 공상과학(SF) 영화 ‘마션’(The Martian·2015)이 현실로 나타난다는 얘기다. 실제로 ‘마션’은 미 항공우주국(NASA)이 화성탐사 홍보를 위해 처음부터 개입해 만든 영화다. 시나리오에서부터 촬영 과정까지 NASA의 철저한 조언과 검증 작업을 거쳤다.


태양계로 보면 지구 바로 옆 행성에 불과하지만 화성까지의 거리는 지구-달의 최소 145배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는 데만 8~9개월이 걸리고 지구 귀환까지는 총 2년 반 이상을 우주에서 보내야 한다. 지구와 화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각각 다른 궤도와 속도로 돌고 있기 때문에 화성에서 돌아오려 해도 지구와 가까워지는 시점을 기다려야 한다. 탐사 기간에 비례해 화성 탐사선이 싣고 가야 할 각종 화물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미국 플로리다대 존 워웍 교수에 따르면 2년 반 탐사 기간 중 우주인 한 명에 필요한 음식 등 생존필수품의 양만 해도 33t에 이른다. NASA가 화성 유인탐사에 사용할 우주SLS는 길이 117m의 초대형 로켓으로 143t의 화물을 실을 수 있다. KSLV-2를 근간으로 한 한국의 2020년 달탐사발사체(4단)는 550㎏만 실을 수 있다.


화성 탐사에 가장 앞서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NASA는 2035년에 인간이 화성에 발을 내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4년 오리온 우주선으로 1차 무인 시험비행을 했으며 2021년 첫 유인 비행에 도전할 예정이다. 현재도 2011년 발사돼 이듬해 화성의 아이올리스 평원에 착륙한 무인탐사로봇 큐리오시티 로버가 화성의 기후와 지질 조사 등을 하며 향후 인간의 탐험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의 화성 탐사 역사는 이미 반세기를 넘었다. NASA는 1964년부터 비행선과 궤도선·착륙선·로버 등을 화성에 보내 탐사 임무를 진행해왔다.


미국의 민간에서는 한술 더 뜬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1일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근교에서 열린 ‘코드(Code) 콘퍼런스 2016’에서 “2024년 화성으로 가는 유인 우주선을 발사해 2025년 화성에 착륙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10년도 채 남지 않은, NASA의 계획을 10년 앞당긴 가까운 미래다. 그는 이를 위해 2018년부터 26개월마다 화성행 우주선 ‘플라잉 드래건 버전2’ 로켓을 띄우겠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또 화성 식민지 개척도 선언했다. 화성 탐사를 넘어 많은 사람을 보내 화성에 정착하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오는 9월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리는 국제항공총회(IAC)에서 ‘화성 식민지 개척 구상’을 자세히 밝힐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최대 경쟁자 러시아는 유럽과 힘을 합쳤다. 지난 3월 유럽우주국(ESA)과 러시아연방우주국(로스코스모스)의 화성탐사선 ‘엑소마스(ExoMars)’가 러시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프로톤 M 로켓에 실려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지금은 화성 궤도를 향해 날아가고 있는 중이다. 예정대로라면 오는 10월 화성 궤도에 진입해 궤도선과 착륙선을 내려놓게 된다. 이들 기관은 2020년 화성 표면에 대형 착륙선을 보내는 ‘엑소마스 2020’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역시 지난 4월 미국의 NASA에 해당하는 중국국가항천국(中國國家航天局)의 화성 탐사계획을 승인했으며 2020년에 우주선을 발사하기로 결정했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아폴로 달 탐사 이후 지난 반세기 동안 우주 탐사 과학기술은 세계적으로 연구의 동력을 찾지 못해 사실상 답보 상태였지만 최근 들어 변화가 일고 있다”며 “국가 차원에서 도약적인 신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그 수단으로 화성 탐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우주탐사 시작이 선진국보다 50여 년 뒤졌다고 기술 격차가 그만큼 벌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며 “2020년 달 탐사가 성공하면 한국은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우주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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