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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자의 국가관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가 정신질환자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정신보건법안을 마련한 것은 우리 사회가 안고있는 오랜 숙제를 해결하려는 본격적인 기초작업이란 의미에서 격려할 일이다.
이번 정기국회에 상정될 이 법안은 오는 91년까지 정신질환자의 관리를 완전히 체계화하는 것을 목표로 정신질환자의 친권자나 지역행정책임자가 정신질환자를 의무적으로 찾아내 보고하도록 돼있다.
정신질환자의 실태는 전 국민의 1%정도가 될 것이라는 추정치만 나와 있을 뿐 정확한 숫자는 파악돼있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정신질환자가 발생하면 개인은 물론, 가문의 큰 수치로 알고 남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집안에 가두고 쉬쉬하는 것이 우리의 일반적 관례로 돼있다.
그러나 정신질환자는 그가 소속된 가정에서 문제가 그치는 것이 아님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정신질환자의 우발적 또는 무의식적 행위가 사회질서를 파괴하고 안녕을 해치게 되거나 나아가서는 범죄행위로 까지 확대될 우려는 큰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범죄가 숫적으로 증가하고 질적으로 흉포화하는 것이 범죄인 개개인의 정신상태의 이상에서 그 원인을 찾는 시각도 점차 권위를 인정받고 있지 않은가. 정신질환자 문제는 우리 사회전체의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그 처리방안도 범사회적인 관점에서 강구돼야 할 것이다.
사회가 급격히 산업화·분극화되고 기술혁신에 의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나머지 정신에 이상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은 것은 선진공업국도 거쳐 온 과정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70년 이후 정신질환이 급격히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나 이를 수용하여 치료할 병상은 태부족 상태다. 환자는 약40만명으로 추정되는데 전문적 치료병상은 1만1천개 정도에 그치고 있다. 숫적으로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한달에 70만∼1백50만원 하는 입원비를 감당할 수 있는 환자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관계당국에 따르면 정신질환자를 위한 법정진료·수용시설은 현재 입원을 필요로 하는 환자의 16%정도에 불과해 국공립 시설의 경우 입원신청을 해놓고도 6개월 내지1년까지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많은 정신질환자들이 기도원등 무허가시설에 수용돼 갖가지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니 이를 근본적으로 봉쇄할 대안이 현재로서는 없다.
이번 성안된 정신보건법에는 정신질환자를 수용하는 사회복지법인이나 정신과가 개설된 병의원에 국고를 지원해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 신설때는 정신과 개설을 의무화했다.
이웃나라 일본에는 정신질환자 치료용 병상수가 30만개에 이르고 있음은 참고할만한 본보기다.
정신질환은 이제 사회질환이라고 해야 할 만큼 그 범위가 확대되고 그 영향이 심각한 상대에 이르렀다. 이러한 현실을 방치해오던 정부가 법적으로 이들의 치료와 수용을 지원하려고 나선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한 진일보로 평가된다.
이 기회에 정부는 정신질환자의 수용과 치료는 물론 인권보호와 재활에까지 관리의 책무를 다하도록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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