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유 계 준 <연세대의대 정신과교수>|뒷머리가 땡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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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현대인은 스트레스 속에서 살고 있다. 또 현대생활은 정보사회라고 하여 매일같이 쏟아지는 새로운 정보들을 입수하지 않으면 정보경쟁사회에서 뒤떨어진다. 기억용량을 초과하는 이 많은 정보들이 곧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스트레스란 신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받는 자극에 대해 우리 몸이 일으키는 반응을 말한다. 이 자극은 우리몸 밖의 외부에서 오는 것들, 즉 뜨겁고 차고 아프거나 시끄러운, 우리 심신을 괴롭히거나 압박감을 주는 것들이겠으나 그것보다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불안·긴장·증오심등 심리적인 것들이 더 중요하다.
우리 몸은 웬만한 자극은 수용하여 처리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조정을 가해 중화시켜 버린다. 그러나 자극의 수용능력에도 한계가 있어 때로 감내하기 어려운 자극이 생길때 자극차단이라는 비상수단을 쓰게 된다. 시골사람이 서울에 오면 머리가 띵해지고 귀가 멍해진다. 서울 주변 사람이 청계천이나 남대문시장을 갔을 때도 마찬가지로 이는 시끄러운 소리를 차단하여 자극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려는 현상이다.
그런가하면 복작거리는 수영장에서도 엄마가 자기 아이의 울음소리를 가려낼수 있는것처럼 필요에 따라 필요한 자극만 여과해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스트레스가 급성적으로 일과성이며 감당할수 있는 범위내의 것들이면 인간을 성장시키고 성숙케하는 유익한 요소가 될수 있다. 인간은 고난과 번뇌를 통해 성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수용능력을 넘어 만성적으로 계속되면 원상 회복의 탄력을 잃고 범리적 반응이 일어나 법으로 발전한다.
우리 주변에서 스트레스때문에 생기는 가장 흔한 병은 소화기장애와 고혈압에 대한 공포증이라고 할수 있다. 식욕이 떨어지고 소화가 안되며 헛배가 부르거나 가슴밑이 답답하고 통증이 생기는 소위신경성 위장병과, 손발이 저리고 머리가 무거우며 기억력이 떨어져 정신집중이 잘안되고 걸을 때나 일어설때 현기증이 나며 특히 뒷머리가 당기거나 무거워 고혈압이 아닌가 공포심에 사로잡히는 소위 신경성 고혈압이다.
혈압이란 앉았다가 일어서도, 층계를 오르거나 뜀박질만해도 올라가는 것이다. 기분이 언짢아도, 화만 내도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이 혈압이다. 뒷머리가 아픈 것은 스트레스때문에 생기는 근육통이 원인이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처리가 어러운 스트레스는 대인관계에서 생기는 것이다. 그것은 남으로부터 자기를 지키고 인정받기를 원하는 마음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 자기를 알아주고 지킬수 있는 것은 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으면 이런 문제에서 쉽게 벗어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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