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3목표는 달성했지만…|구기침몰에 뒷맛 씁쓸|고오베U대회 86·88앞두고 무엇을 배웠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고오베(신호)=특별취재반】금메달 3· 동메달5, 종합순위 1백6개국중 11위. 85고오베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한국은 당초 목표 (금2·은3·동4, 종합10위)와 엇비슷한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에도 씁쓸하고 개운치않은 뒷맛을 남긴것은 남북한의 메달경쟁에서 역전패하고 기대를 걸었던 축구와 배구가 모두 충격적인 도중하차를 했기때문이다. 대회출전전 축구는 금 혹은 은메달, 배구는 은 혹은 동메달등 최소한 입상을 전망했었다. 예선전을 통해 한국은 두종목에서 두드러진 강세를 보여 금메달의 기대를 모았었다.
그러나 이같은 흥분속에 축구·배구가 잇달아 메달권문턱에서 주저앉아 실망을 안겨준것이다.
한국은 1년 앞으로 다가온 서울아시안게임에 대비, 경험축적을 위해 이번 대회에 1백52명 (임원42·선수1백7명) 이란 대규모 선수단을파견했다.
물론 북한과의 대결, 교민이 가장많은 특수지역이란 점도 감안했다. 선수단 규모로는 8번째. 결국 떠들썩한 고오베무대에서 거둔 한국성적은 만족반·실망반이었다. 초반엔 웃다가 종반에 운 결과가 되고말았다.
가장 수확이 큰 종목은 역시 금3·동 1개를 따낸 유도.
유도단체전에서는 일본의 텃세로 금메달을 도둑맞기도했지만 종주국을 자처하는 일본의 자존심을 꺾어놓았다고 할수있다.
기본종목중 육상·체조는 예기치 않은 동메달을 1개씩 건져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국제대회 사상 처음 입상한 육상 2백m의 장재근과 한충식의 체조 동메달은 값진 수확이다. 육상·체조는 그동안 꾸준히 투자해 온 결실이라고 할수있다.
반면에 수영은 경영(3) 다이빙(1) 및 수구등이 모두 예선서 탈락하는 참담한 전적을 기록했다.
펜싱에서는 이일희가 에페개인 6위, 단체전 8위를 차지했는데 체조와 마찬가지로 이대회의 높은 수준을 감안할때 특기할만한 성적이다.
구기인 테니스에서 남자단식의 동메달 김봉수도 획기적이다. 이제까지 단식만큼은 세계수준에 요원한것으로 간주해 왔으나 그동안 잦은 해외원정및 전지훈련으로 한국 테니스의 수준이 한단계 올라섰음을 입증한 것이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열린 이번대회에서는 중공·일본과의 수준을 비교하는데 또다른 뜻이 있었다.
중공은 다이빙에서 6개종목중 4개종목을 휩쓸었고 체조도 세계정상급이었다.
일본은 경영에서 여전히 아시아최강. 따라서 한국은 체조·수영·육상등 메달박스종목에서 여전히 열세를 면치못했다.
한편 한국은 이번대회출전에 앞서 남북대결에선 앞설자신이 있다고 막연히 예상했다.
그러나 한국은 유도의 78㎏급 조형수와 단체전, 그리고 마라톤등 남북의 직접대경에선 모두 승리했으나 종합순위에서 뒤지고말았다.
이번대회에서 나온 북한팀이 진정한 대학팀인지, 한국과 똑같은 조건에서 비교할수있을지는 확실치 않지만 축구를 비롯, 남북경쟁에서의 우위를 지키기위해 새로운 대책을 세워야 할것같다.
사실 이대회는 동구에서 시작되어 전통적으로 공산권의 잔치가 되어왔다. 북한은 이 대회에서 처음 참가하면서 대표급의 정예팀을 내보낸것으로 알려졌다.
소련등 공산권 몇나라만 열을 올리는 유니버시아드에서의 성적이 곧 한국스포츠를 평가하는 최도가 될수는 없다.
축구·배구가 아깝게 메달을 놓쳤으나 결코 실말만 할것은 없다.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교훈, 경험, 자신감을 살려 86·88 두대회에 대비하는 것이 더큰 과제이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