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서 수다 대신 열공, 강남역 일대 ‘공시 요람’으로 뜬다

서울 강남역 인근 스터디카페 ‘메이아일랜드’에서 7일 젊은이들이 공부하고 있다. 스터디카페는 카페와 독서실의 중간 형태로 커피 등을 사 마시면서 공부할 수 있는 곳이다. 일반 카페보다 조용해 대학생·수험생이 도서관이나 독서실의 대용으로 활용한다. 강남역 근처에는 스터디카페 수십 곳이 있다. [사진 김상선 기자]

공휴일이었던 6일 오후 서울 지하철 강남역 부근에 자리잡은 3층 규모의 공시(공무원 시험) 학원. 안내데스크 바로 앞까지 테이블과 함께 놓여진 100여 개의 좌석은 책이나 노트북 화면을 뚫어져라 보는 공시생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 곳에서 100여m 떨어진 스터디카페의 모습도 비슷했다. 빈 자리가 없어 출입문 앞 의자에 앉아 대기하는 젊은 커플들도 있었다. 스터디카페는 카페와 독서실의 중간 형태로 카페에서처럼 커피 등을 주문해 마시며 공부하는 곳이다.

유명 고시학원들 잇따라 문 열어
수원·분당·일산서 고시생들 몰려
스터디카페·룸 25곳 학생 가득
“교통 편리하고 활기 넘쳐 좋아”

서울의 ‘유흥가 1번지’로 불리던 강남역 일대가 공시촌으로 변모하고 있다. 공단기, 해커스패스, 박문각 등 대형 공시 학원의 간판이 곳곳에서 보인다. 그 주변에는 교재를 든 수험생들이 오간다.

강남역 인근 학원은 주로 어학원들이었다. 그러다 2012년에 학원업체 해커스가 공무원 시험 학원의 문을 열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3년 뒤에는 서울 노량진의 유명학원인 공단기가 뒤를 이어 이 곳으로 왔다. 경기권 수험생들이 몰려들었다.

강남역 부근은 교통에 강점이 있다. 지하철 2호선·신분당선과 일산·수원·분당으로 가는 광역 버스가 있다. 여기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젊은층이 늘면서 ‘공시 학원은 노량진’이라는 공식이 깨졌다. 서울 오금동에 사는 이모(25)씨는 “노량진보다 강남역이 오가기 편하다. 학원 강의 수준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산시에서 학원에 다니는 공시생 김현정(24)씨도 “삭막한 분위기의 노량진보다 활기 넘치는 강남역 주변이 더 마음에 든다. 교통도 편리해 집에서 환승 없이 50분이면 온다”고 말했다.

정상욱 박문각강남고시학원 차장은 “노량진에 비하면 현재 수강생 규모가 10분의 1 수준이지만 용인시·수원시 등의 수도권 거주 공시생이 몰려 오고 있어 앞으로 학원 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학원 관계자는 “기존에 자리잡고 있던 대형 어학원들 때문에 어느 정도 학원가로서의 분위기가 이미 조성돼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공시생 중에선 강남역 학원을 꺼리는 이도 꽤 있다. 김모(27)씨는 “강남역 주변의 밥 값이 노량진의 두 배 가까이 된다. 놀 곳이나 쇼핑 시설이 많아 공부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남역 일대엔 스터디카페나 스터디룸도 많이 생겨났다. 강남역에서 9호선 신논현역으로 이어지는 ‘강남역거리’(강남·서초구 일대)를 돌아 보니 스터디카페·룸이 25곳이었다. 100여m 길이의 골목에 스터디룸 6곳이 몰려 있기도 했다.

일주일에 두세 차례 스터디카페를 찾는다는 대학생 김아연(21)씨는 “일반 커피숍에서는 오래 앉아 있으면 눈치가 보이고 지나치게 시끄러울 때도 있다. 또 독서실은 칸막이가 있어 졸음도 오고 딴 생각도 든다”며 “공부하다 친구들이랑 약속 잡기도 편해 요즘엔 강남역 부근 스터디카페를 주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강남역 일대 학원 수 증가는 인근 부동산 시장에도 변화를 줬다. 서울 역삼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직원은 “지방에서 공부하러 올라온 학생들 때문에 월세 100만원 안팎의 원룸 수요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취업난으로 공시생이 늘어나면서 젊은층이 많이 몰리는 곳에 학원가가 새로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때마침 설비가 잘 갖춰진 체인 학원업체들이 진출해 이같은 현상에 가속도가 붙었다”고 말했다.

글=조한대·송승환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사진=김상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