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평양 대표부설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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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남북적 제9차 회담 첫날인 27일 한적은 서울과 평양에 각각 적십자대표부를 설치하자고 제의했다.
한적은 이 대표부의 기능은 이산인을 위한 적십자 사업을 원활히 추진키 위한 남북적간의 상호협력과 상대 측 지역에 체류하는 자기 측 인원에 대한 협조와 연락업무라고 제시했다.
적십자회담이 끝나 남북간에 자유왕래와 교류가 실시되면 긴급한 연락사항 등 미처 예견치 못했던 어려운 일들이 방문인들 사이에 많이 제기될 것이다.
이런 일들은 일일이 양측 적십자 회의를 소집해시 토의하여 결정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그때그때 일이 생기는 대로 서울과 평양에 설치되는 자기 측 대표부에 연락하여 신속히 해결토록 하자는 것이다.
한적은 이번 평양회담에서 이산동포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해결키 위한 사업기구 구성도 제의했다.
한적이 제시한 기구는 제4차 회담(71년 11월 22∼23일·서울)에서 합의된 남북적 공동위원회와 판문점공동사업소 및 이번의 대표부다.
공동위는 적십자 부 책임자를 위원장으로 한 5명씩의 위원으로 구성하여 3개월마다 판문점에서 모임을 갖는다. 여기서는 적십자 회담에서 합의된 사항의 실천을 보장하고 그 실천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들을 협의·조정한다.
이와는 달리 대표부는 상설 실무기구로서 통상업무를 수행하며 필요하면 언제든지 상대측을 만나 협의하고 도움을 받아 당사자들의 급한 일을 해결해주는 현지 집행기구다.
이 같은 상설집행기구는 적십자사업의 지속적이고 원활한 수행을 위해서는 없을 수 없는 필요물이다.
따라서 북한이 진심으로 남북의 자유왕래와 교류를 원한다면 즉각 한적의 제의에 동의해야 할 것이다.
상대방 수도에 설치되는 적십자 상설 대표부는 적십자 사업의 추진을 가속화시킬 뿐만 아니라 그 같은 선례는 다른 분야의 교류도 촉진시키고 원활히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가령 경제회담도 일정한 단계까지 진전되면 그 같은 대표부를 서울과 평양에 설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대표기구가 각 분야에 걸쳐 설치되고 그것이 통합되면 결국은 하나의 일반대표부로 발전될 수 있다.
대표부란 수교 전의 양국 국가관계를 취급하는 기관으로서 연락소라고도 한다.
한일 수교 이전 우리의 주일 대표부나 유엔 미 가입 국가들의 유엔 대표부가 그것이다.
외교 이전의 기구라는 점에서 외교용어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는 엄연히 존재했고 실제로 수교관계로 발전시키는 과도기구로 충분한 기능을 다해왔다.
독일의 경우는 72년 동·서독 기본조약 제8조에서 각기 상대방 수도에 대표부를 설치키로 합의하고7 5년부터 이를 실제로 운영해오고 있다 .말이 대표부이지 일반 대사관의 통상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적이 제의한 적십자 대표부도 그것이 설치되면 일반대표부로 발전될 것을 확신한다.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 북한의 동의가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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