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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 살인' 피의자 김학봉 "배고파서 밥 사먹으려 범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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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 살인` 김학봉, 3일 오전 현장검증…표정변화 없이 담담하게 범행 재연 [사진 뉴시스]

3일 오전 9시 20분 서울 상계동 수락산. 노원경찰서 강력팀 형사 30여명 등 경찰 100여 명에게 둘러싸인 ‘수락산 등산객 살인’ 피의자 김학봉(61)이 등산로에 나타났다. 지난달 29일 새벽 발생한 등산객 A(64ㆍ여)씨 살해 사건을 현장 검증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범행 현장으로 이어지는 수락산 등산로 입구에 내려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산에 올랐다.

“가족들은 다 죽고 있어 지금”
“왜 저런 인간을 내보냈어”

베이지색 바지에 녹색 셔츠 차림의 김학봉이 모습을 보이자 순식간에 일대는 소란스러워졌다. “사형시켜라” “저 XXX” 등산객과 인근 주민들이 소리쳤다. A씨의 딸과 동생 등 유족은 눈물을 흘리며 주저앉았다. 산 중턱에서 기다리던 남편 황모(67)씨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옆에 있던 1m 길이의 나무 막대기를 들고 김학봉에게 달려들다 경찰에게 저지 당하기도했다. 황씨는 “저 XX 뉘우치는 거 하나도 없다”며 “왜 저런 인간을 격리시키지 않고 내보냈느냐”고 울부짖었다. 피해자와 자주 산행을 했다는 동네주민 서모(58)씨는 “내가 같이 못 가줘서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아 죄스럽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30분간 유족과 주민, 취재진의 진입을 배제한 채 비공개로 김학봉의 현장 검증을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담담하게 자기가 진술한 내용대로 재현했다”며 “피해자 주머니를 만지는 등 강도 혐의 부분에 대해서도 자기가 진술 한대로 재연했다”고 밝혔다. 김학봉은 이날 오전 현장검증을 위해 노원경찰서에서 수락산으로 출발하기 전 “피해자 유족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노원경찰서 백경흠 형사과장은 “김학봉이 2일 조사 과정에서 ‘배가 고파서 밥이라도 사먹으려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A씨의 배와 어깨에 난 자상은 얕지만 목의 자상이 깊은 것에 의문을 갖고 집중 추궁한 끝에 이런 진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등산로에서 기다리던 김학봉이 돈을 뺏을 목적으로 A씨의 배와 어깨를 흉기로 쿡쿡 찌르면서 위협했고, A씨가 소리를 지르자 죽였다는 취지로 얘기했다는 것이다. 김학봉이 조현병 진단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병원에서 진단했듯이 넷째 누나도 김학봉이 ‘환청이 들린다’ 얘기했다고 진술했다”면서도 “우리가 조사할 때는 환청이 들린다는 등의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김씨에 대한 보강수사를 한 뒤 오는 8일쯤 강도살인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채승기ㆍ김준영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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