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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세이 그룹 금융스캔들 확대 일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대만최대재벌인 캐세이(Ca소묘)그룹의 대규모 부정대출 사건으로 경제부처장관 2명이 차례로 사임하는 등 대만정계가 사상최악의 금융 스캔들로 진통을 겪고있다.
이 스캔들은 캐세이 그룹내의 한 민간은행이 정부 관리 금융계 인사와 짜고 5억 달러에 당하는 부정대출을 한 사실이 밝혀진데서 비롯됐다.
이 사건은 10년 간 숨겨져 왔다가 사건이 터지자 그동안 정부·금융계에서 관련자가 속출 책임장관의 잇단 숙정으로 까지 번졌다. 그러나 앞으로도 어떤 관련자가 더 나올지 모를 정도로 아직 여파는 길다.
이 사건으로 사임한 장관은 서입덕 전 경제부장(지난3월), 과 육윤강 전 재정부장(8월). 『금융사건이 표면화 될 경우 외국투자자들에게 국가의 이미지를 손상시킬 것을 우려, 캐세이그룹의 부정을 중단시킬 수 없었다.
지난 15일 사임직후 육 전 재정부장의 이러한 발언은 두 장관이 사임하기까지 덮어두었던 사실에 대한 변명이라기보다는 이 사건이 경제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암시하고있다.
지난6개월 간 대만의 경제계를 들끓게 했던 이 사건은 지난 2월 캐세이 그룹 총수 채경군 입법의원이 1천1백만 달러(약97억 원)에 달하는 부정수표를 남발한 혐의로 기소됨으로써 드러나기 시작했다.
캐세이 그룹은 항공·선박·플래스틱·건설·인쇄·금융·보험식품 사 등 80여 개의 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자산 25억 달러의 대만 최대의 재벌그룹.
대만지방법원은 채 의원이 부정수표를 발생한 이외에도 자신이 책임자로 있는 제10신용조합의 기금을 그의 가족이 경영하는 회사로 유용한 사실도 밝혀냈다.
채 의원은 제10신용조합의 저축 액보다 18만7천5백 달러(약 1억5천3백90만원)나 많게 초과 대여했고 그가 경영하는 캐세이 플래스틱 등 다른 기업의 종업원들과 친척들의 명의로 그들의 양해도 없이 4백37만5천 달러를 대출해 유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부정대출 액수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았다.
대만당국이 채 의원의 부정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설치, 제10신용조합(TCC) 의 수년간의 거래장부 등을 면밀히 조사한 결과 TCC가 10여년 간 모두5억 달러 상당의 부정대출을 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부정대출금은 캐세이 그룹내 다른 기업의 자금으로 유용 되고 이에는 정부 금융계의 많은 관리들이 묵인하는 등 연관이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따라 지난3윌 서 전 경제부장이 자신이 재정부장으로 재임할 당시인 82년1월∼84년5월 사이 TCC의 부정대출에 대한 감독 소홀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이번 육 전 재정부장도 비슷한 케이스로 지난2월 1억9천만 달러에 이르는 TCC의 부정대출에 전 현직 재정부관리 15명이 관련돼있는데 책임을 진 것.
이들 두 장관은 캐세이 그룹의 부정사건을 숨겨왔다는 점에서도 비난을 받고있다. 즉 채 의원의 기소직전 안으로 곪아터진 TCC에 대해 재정부가 대출금이 예금고를 초과했다고 잠정적 대출금지조치를 취하고 이를 국영화 했을 때는 이미 사건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당시 TCC의 예금주들은 재정부의 이 같은 조치에 놀라 2억5천만 달러(약2천억 원)상당의 예금액을 한꺼번에 인출, 금융위기를 일으켜 이로 인해 캐세이 그룹의 부정사건을 더욱 심화시켰다.
TCC는 거액의 예금액이 일시에 빠져나가자 이번에는 국영협동은행으로부터 7천5백만 달러를 부정 대여해 또 한번 말썽을 일으켰다. 이와 관련, 국영협동은행의 진 총재와「왕·마오신」영업이사가 전격 구속되기도 했다.
갈수록 진폭이 커져온 이 사건으로 채 의원은 사기 위조 등 6개의 혐의사실로 각각 15년씩 모두 90년 형을 선고받고 현재 븍역 중이며 재정부관리 TCC직원 등 87명이 고소·고발돼 조사를 받고있다.
특히 채 의원이 집권당인 국민당 소속이기 때문에 정부고위관리의 관련부분이 아직 더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어 앞으로의 사태진전이 주목되고 있다. <제정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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