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연극제 첫 공연작『선각자여』대본개작"말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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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15일 개막된 제9회대한민국연극제에서 연출자가 극작가와 상의없이 대본을 전면개작,무대에 올린것이 뒤늦게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문제된 작품은 연극제 개막작품인 민중극장 (대표 이근삼) 의 『선각자여』 . 극작가인 이재현씨는 실제공연을 본뒤 『저건 내 작품이 아니다.원작자라는 나의 이름을 빼달라』고 연출가 정광수씨에게 요구했다.
작가 이씨는 『개작정도가 아니고 전혀 다른 작품이다.주인공이 춘원 이광수라는것외에 단 한마디의 대사도 원대본의것이 없다. 작품심사를 거쳐 선택된 연극제작품에서이런처사는 있을수없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연출가 정씨는 『연극제는 극단·연출가·대본등 3가지를 심사한 다음에본선에 오를수 있는 것이지 희곡하나에 의해 일방적으로 선택된것은 아니다. 극작가의작품에 대해 연출가가 어느정도 손질하는 행위는 늘 있어온 것이다. 이번 경우도 근본취지를 바꾼 것은 없다 단지 대본이 허구에 치우쳐져있었기 때문에 사실 충실을 위해 자료중심으로 극을 바꾼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본 심사위원장이었던 이해낭씨는 『대본의 수정은 작고한 작가의 경우는 어느정도가능하나 현존해 있는 작가에 대해 사전 상의없이 전면개작한것은 문제가 있다』 고말했다.
또 심사위원이자 평론가인이태주씨는 『애당초 연출가가 이효영씨에게서 정진수씨로바뀌어버린 것도 석연치않다.무대를 보고 그 무성의에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며 앞으로 심사위원회의 심사에서 마땅히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서로의 주장에 대해 연극제에 참가하고 있는 많은 연극인들은 『대부분의 극단들은 적어도 공연 두달전부터 연습에 땀을 쏟고 있는데 대본개작이다,연습부족이다하며 개막작품부터 말썽이 난 것이 아쉽다』며 『모처렴 성황리에 열리는 연극제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라고 안타까와했다.<양헌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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