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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정치의 정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그동안 정부·여당의「학원안정법」처리방침이 몰고온 정국의 긴박한 대결양상은 전두환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일단 해소되었다.
한여름 무더위를 무색케한 정국의 긴장이 이로써 소멸될 것인지는 현재로서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최고통치권자의 단안으로 9월 정기국회이후로 그 처리가 미루어진 것이 갖는 의미는 참으로심장하다.
우리가 학원의 만성적 소요사태에 대해 무언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법제정에 대해 신중한. 대처를 주장한것은 무엇보다 이 법이 국민생활에 직간접으로 미치는 영향에비추어 보다 광의의 국민적 컨센서스가 필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야당의 극한 반대를 무릅쓰고 법제정을 강행할 경우 가을정국이 혼란에 빠지고 어쩌면 파국에 이를지도 모른다는 것은 대다수 국민들의 깊은 우려였다.
정치적 파국이「민생」에 미칠 영향은 제쳐두고라도 누구보다 그 책임이 여야 정치인들의 「정치력」부족으로 돌아갈것은 두말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전대통령의 용단은 우선 그와 같은 사태전개를 평정시켰다는 점에서 아주 잘한 일이다.
특히 이민우, 이만섭 두 야당총재와의 면담을 통해 학원법에 대한 반대입장을 진지하게 경청하는 절차를 거쳐 연기방침을 굳힌것은 대화정치의 개화를 위해서 바람직한 전형을 남긴 것이다.
비단 학원사태만이 아니고 지금우리의 정치가 풀지 않으면 안될 과제는 많다. 이 많은 문제들을 풀어나가는데 있어 대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대화를 하겠다는 마음가짐이란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살펴 조화를 찾겠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여야의 수뇌가 대화를 통해 어려운 문제를 풀어 보인 과정은 극적인 것이었으며, 더우기 정부 최고지도자의 대화를 존중하는 자세는 국민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주었다.
우리는 이와 같은 대화스타일이 정치는 물론 전반적 사회풍토를 한결 밝고 맑게 해주는 기풍으로 정착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당장 민생문제를 다룰 8월 임시국회소집 문제에서부터 정기국회의 운영문제에 이르기까지 여야가 대화로 타결 점을 찾는다는 자세로 임한다면 원만한 국회운영을 못할 이유는 없다.
당연한 얘기지만 학원안정을 위한 근원적인 방안을 모색함에 있어서도 이같은 성의와 인내, 그리고 경청하는 자세는 절실히 요구된다.
전대통령의 말대로 학원법과 같은 주요입법에는 국민전체의 공감대형성이 전제되어야한다면 정부·여당이 앞으로 할일은 분명해진다. 보다 넓은 국민적 합의기반을 얻도록 노력할 것이며, 그와함께 전향적인 개혁의지를 가다듬어 나가야 할것이다.
한편 야당은 학원법「연기」에 대한 득실평가를 그르치는 일은 없어야 할것이다. 학원이 과연 좌경화 된다면 그것은 정부 여당의 문제만이 아니고 야당자신의 문제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여기서 의회정치의 출발점이 각계각층의 의견과 이해를 대화와 타협을 통해 조정하는 과정임을 거듭 강조하고자 한다. 그런 인식 위에서 여야가 현안해결에 임한다면 우리의 정치적 장래는 결코 어둡지는 않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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