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기사들 “이세돌 끌어안고 갈 방법 모색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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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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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左), 양건(右)

이세돌 9단이 프로기사회 탈퇴서를 제출한 지 2주가 지났다. 이 9단은 지난달 17일 프로기사회의 일부 정관이 기사들의 행위를 부당하게 강제하고 기전 상금 공제 방식도 형평에 어긋난다며 탈퇴를 선언한 바 있다.

오늘 프로기사회 임시 총회
이세돌 “부당한 규정 많다” 탈퇴서
양건 회장 “정관 수정 총회서 논의”
이 9단 측 ”남을 가능성 열어뒀다”

이후 이세돌 9단과 양건 프로기사회 회장은 몇 차례 대화를 나눴다. 대화의 물꼬를 열었다는 점에서 파국은 면한 것. 두 사람은 지난달 27일 바둑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정부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함께 정부과천청사의 미래창조과학부를 찾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 상황에 대해 쉽게 낙관하기 어렵다. 분수령은 2일 열리는 임시 기사총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9단을 제외한 319명의 프로기사가 모여 프로기사회 정관과 기사회 향방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이 9단은 이날 임시 기사총회의 결정에 따라 앞으로의 태도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의 논점과 향후 전망에 대해 살펴봤다.

◆논점=이세돌 9단은 탈퇴 사유로 “프로기사회를 탈퇴하면 한국기원이 주관·주최하는 기전에 참가할 수 없다는 등 강제 규정이 많다”고 했다. 이에 대해 양건 회장은 “이세돌·이상훈 9단이 지적한 사항을 프로기사회 정관에 반영할지 여부를 임시 기사총회에서 검토할 예정”이라며 “또한 프로기사회 자문 변호사에게 프로기사회 정관 전반에 대해 법률적인 검토를 받은 다음 수정해야 할 사항을 기사총회에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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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9단은 또 다른 탈퇴 사유로 프로기사회의 상금·대국료 공제 문제를 들었다. 현재 프로기사회는 해외 대회, 국내 대회, 삼성화재·LG배의 상금과 대국료를 각각 3·5·15% 공제한다. 공제 비율에 따르면 많이 버는 선수가 많이 낼 수밖에 없는데, 그만큼 기사들 간 빈부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누적 상금이 89억여원인 이세돌 9단은 그간 약 4억원을 공제 금액으로 냈다. 이 같은 공제 방식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이 이 9단의 주장이다.

◆일반 프로기사들의 입장=이번 사태에 대한 프로기사들의 입장은 다양하다. 크게는 시니어 기사와 주니어 기사, 상위 랭커와 하위 랭커에 따라 입장이 나뉜다. 프로기사 개인별로도 입장이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큰 틀에서는 그간 정관에 일부 모순이 있었던 만큼 이세돌 9단이 프로기사회에 남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조혜연 9단은 “이세돌 9단이 탈퇴하면 상위 랭커들의 탈퇴가 가속화할 수 있고 이는 프로기사회의 분열로 귀결될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최대한 봉합하고 이세돌 9단의 기사회 재가입을 권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니어 프로기사는 “이세돌 9단이 다른 프로기사들을 등지는 초강수를 뒀지만 그래도 우리가 끌어안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프로기사회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프로기사를 변호해야 한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이 일을 계기로 기사회의 정체성과 목적을 명확히 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박승철 7단)는 의견도 있었다.

◆향후 전망=2일 임시 기사총회가 끝난 뒤 양건 회장은 프로기사들의 입장을 정리해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세돌 9단의 형 이상훈 9단은 “임시 기사총회의 결정 사항을 기다리고 있다. 결정된 내용에 따라 이세돌 9단과 프로기사회에 그대로 남는 것에 대해서도 충분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임시 기사총회를 전환점으로 이번 사태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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