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임기 첫날 더민주가 '해리포터' 불놀이한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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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0일, 드디어 20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된 첫 날 입니다. 여·야 3당은 이날 각각 의원총회를 열어 한목소리로 19대 '식물국회'의 전철을 밟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3당(黨)3색(色) 저마다 다른 색깔의 임기 첫 날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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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상민 기자

◆김종인·우상호는 해리포터의 마법사?!···서민 부실채권 태우는 퍼포먼스
오늘 가장 눈에 띄는 퍼포먼스를 선보인 당은 더불어민주당입니다. 이날 오전 10시 국회 예결특위 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도부가 앞에 나와 서민 부실채권을 소각하는 행사를 했습니다. 얼핏 보면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와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불을 다루는 '마법사'들인 것처럼 보이지요. 하지만 실제 채권을 소각한 것은 아니고 아이들 마법종이를 태운 것이라고 합니다.

더민주 의원들은 5월 30~31일간 이틀치 세비를 받는데요, 각 의원에게서 66만 5000원을 각출받아 총 8179만 5000원을 취약계층의 악성채권 소각을 통해 서민 빚 탕감을 위해 활동하는 '주빌리은행'에 전달했습니다.

더민주 가계부채TF간사 강병원 의원은 이날 부실채권 소각 퍼포먼스에 앞서 "죽은 채권이 대부업체를 돌고 돌아 산 사람을 내몬다. 더민주는 123명이 뜻을 모아서 5월 이틀치 세비를 모았다"며 "이 돈으로 2525명이 빚진 123억원의 부실채권을 매입해 소각한다. 더민주가 20대 국회에서 약탈적인 부실채권 시장을 해결한다는 의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주빌리 은행 조봉구 이사에게 기부금을 전달한 우 원내대표는 "(더민주 국회의원) 123명의 활동이 수많은 국민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면서 "선거 끝나고 원내대표 당선 이후 한 달 정도 지났는데, 민생에 전념할 수 없는 수없이 많은 방해와 꼼수가 있었지만, 20대 국회에선 오직 민생을 위한 국회, 국민 삶에 도움이 되는 정당이어야 하는 방향을 잊지 않고 가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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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종근 기자

◆과반 여당에서 8년만 원내2당 전락한 새누리당의 '뼈아픈 재출발'···최경환·서청원 의총중간에 자리 떠
새누리당은 20대 국회가 시작되면서 원내 제2당으로 출발하게 됩니다. 그런 탓인지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선 개원 첫날부터 '아픔'이란 말이 흘러나왔는데요, 새누리당 홍문표 사무총장은 "19대 국회의석수는 158석이었고 20대는 122석이다. 36석이 줄어들어 의원회관에서 쓰고 있던 127평을 우리는 국민의당, 더불어민주당에게 내줘야하는 아픔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20대 국회에서 새누리당은 분기별로 선관위로부터 지원받던 국고지원금도 크게 줄었다고 합니다. 당원들의 당비도 대폭 줄어들었다는데,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국민들의 불만과 당원들의 항의가 지금도 중앙당에 빗발치고 있다는 점이라는데요. 홍 사무총장은 '(새누리당) 조직도 붕괴상태에 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습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제 새누리당에서 계파 이야기는 그만 나왔으면 한다"고 밝혔습니다. 새누리당이 또다시 계파에 발목 잡혀 한 발자국도 못 나간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당 전체가 스스로 자제하고 절제하자는 이야기도 덧붙였습니다.

이날 20대 새누리당 첫 의원총회에는 110명의 의원이 참석했는데요, 김무성 전 대표는 불참했고 최경환·서청원 의원 등 친박계는 대다수 참석했지만 의총 중간에 자리를 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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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사진 박종근 기자

◆안철수 "DJ '항상 의원배지달고 책무 잊지말라'"···박지원 "국회 245호는 38석 국민의당에 안성맞춤"
국민의당은 20대 국회 첫날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국회 발목을 잡지 말라는 경고를 날렸습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과거에는 국민들이 국회가 대통령 발목을 잡는다고 했는데 이제 대통령께서 국회 발목을 잡고 있다"며 "귀국하시면 대통령께서 즉시 대화의 물꼬를 트는 노력을 보여주시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마이크를 잡았던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도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단순히 법안에 대한 재의 요구가 아니라 총선 민의에 대한 거부"라고 강하게 비판했지요.

최고위원회의에 이어 열린 의총에서는 당 지도부가 20대 초선의원 대표들에게 국회의원 배지를 달아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천정배 공동 대표가 김수민 의원에게, 안 대표는 손금주 원내대변인에게, 박 원내대표는 채이배 의원에게 직접 배지를 달아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행사 후 안 대표는 "故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국회 등원하는 초선의원들께 꼭 배지를 달고 항상 업무에 임하라고 당부를 하셨단 말씀을 들었다"면서 "거기에 맞게, 그 가치에 맞게, 정신에 맞게 항상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열심히 의정활동 한다는 각오를 상징한단 말씀을 하셨다. 오늘 참여하신 초선의원분들께 저도 다시 한 번 더 그 말씀 전해드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날도 박 원내대표 특유의 위트는 빛을 발했습니다. 그는 의총이 열린 국회 245호를 가리켜 "이곳은 일반적으로 국회에서 청문회장으로 이용하는 곳이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앞좌석 자리가 38석"이라며 "(이곳을) 맞춤형 우리 국민의당 의총장으로 이름이 붙여져야 되겠다"고 말해 회의장에 웃음이 터졌습니다.

그는 또 "이렇게 우리 38명 의원들이 전부 참여해서 일당백의 역할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참으로 그 존재감마저도 상실할 위기에 있기 때문에 여러분의 능력을 극대화하고 열정적인 의정활동을 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도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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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공동취재

◆朴 대통령 '아프리카서 축하메시지 띄웁니다~~(어쩔 수 없었어요)'
한편 10박 12일간 일정으로 아프리카 3개국 및 프랑스 국빈방문차 우간다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도 아프리카에서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황교안 국무총리를 통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전자결재했었죠.

박 대통령은 이날도 아프리카에서 '20대 국회 회기 개시에 즈음한 메시지'를 통해 "국회가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헌신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20대 국회가 '국민을 섬기고 나라 위해 일한 국회'로 기억되기 바란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오는 5일 오후 입국할 예정인 박 대통령. '일하는 국회를 위해선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야당. 이들이 20대 국회에서 진정한 협치를 이뤄낼 수 있길 바라는 국민의 염원은 깊어져만 갑니다.

박가영 기자 park.gayeong@joongang.co.kr
사진=오상민, 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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