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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간호사제 논란…"일자리 창출"이냐, "불법진료 악용"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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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창출·동물복지향상 등을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동물간호사(수의 테크니션)' 제도의 실제 도입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수의업계를 중심으로 동물간호사 제도가 시행되면 비전문 수의 의료인에 의한 불법진료 행위가 늘어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8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5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동물간호사 제도 도입계획 등이 포함된 '농식품 선진화를 위한 규제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동물간호사는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수의 보조 인력에 간호사 자격을 줘 주사·채혈 등 일부 진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반려견 700만 마리 시대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동물 의료서비스도 한 단계 높이자는 취지다. 현행 수의사법상 수의사가 아닌 보조 인력의 채혈 등은 불법 진료행위에 해당된다.

농식품부는 제도가 도입되면 내년 하반기까지 30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수의 관련 단체의 의견을 종합한 후 이르면 7월 법률 개정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경기도수의사회가 지난 29일 '동물간호사제 도입 재고'를 골자로 하는 결의문을 내는 등 현재 수의업계는 강하게 반발 중이다. 자신이 기르는 동물을 자가 진료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수의사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동물간호사의 진료를 허용할 경우 동물판매업소(일명 동물공장) 등지에서 동물간호사에 의한 불법 진료행위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일반 약국이나 동물약국, 가축 약품상에서 수의사의 처방전 없이 마취제·호르몬제·항생제를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다는 게 수의업계의 주장이다. 전국의 수의사회를 중심으로 반대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성식 경기도수의사회 회장은 "애완견 번식농장에서 상상을 뛰어넘는 자가 진료와 수술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서 동물간호사제도의 악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비수의 전문인을 양산하는 동물간호사 제도의 추진을 재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동물간호사에게 어느 정도의 의료 행위를 허용할지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문제가 된 동물간호사제도 도입 전에 우선 자가진료 행위가 발생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다. 관련 단체와의 협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수원=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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