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강화"로 불안한 홍콩금융계|「금융법개정」움직임에 각국 은행들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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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 세계 3대 금융시장인 홍콩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은행과 훙콩 현지은행들은 훙콩정부의 「자유방임주의에서 금융규제강화로」라는 움직임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홍콩은 지금까지 외환거래의 완전자유등 금융에 관한한 당국의 불간섭주의를 원칙으로 해왔다.
홍콩은 그 지리적인 조건과 이러한 당국의 정책들이 맞아떨어져 런던·뉴욕 다음의 국제금융시장으로 자리를 굳혔으며 금거래량도 런던 취리히 다음의 위치를 확보하고있다.
싱가포르를 누르고 아시안달러시장으로 자리를 굳힌 홍콩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는 최근 소요외자의 3분의2이상을 도입하고 있다. 이런 홍콩이 지난6월 금융법개정 특별위원회를 설치했으며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및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정부 법률안을 9월말까지 만들어 연내 입법심의회에 넘겨 내년초 실시예정으로 있다.
이때문에 현재 홍콩에 진출해있는 세계 48개국의 2백76개 은행(금융공사등 포함)은 물론 현지 35개은행등 모두 3백10여개의 은행들이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주도권을 쥐고있는 미국과 일본계 은행들이 거센 반발을 보이고있다.
홍콩당국이 예견될수 있는 반발을 무릎쓰고 금융규제를 강화하려는것은 예금자 보호라는 측면때문이다.
82년9월부터 시작된 영·중공간의 홍콩장래문제에 관한 협상이 개시되자 홍콩부동산가격이 폭락했고 이에따라 부동산관련 대출이 많은 은행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은행의 타격은 달러 크레디트를 비롯한 대형 금융공사(DTC)의 연속적인 파산을 초래했고, 83년 9월에는 유수은행인 항롱뱅크의 예금지불불능(사실상 도산) 사태까지 발전하자 홍콩의 금융제도 개편에 대한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한편 83년2월 아메리카 파나마 파이낸스 컴퍼니가 파산하자 예금자들이 홍콩정부의 감독소홀을 이유로 예금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하기도 했다.
이와같은 사태가 속출하자 홍콩당국은 84년3월 영난은행 관계자들을 초청, 홍콩의 현행 은행감독제도등 금융관계법에 대한 개선책을 조사연구케 했다.
홍콩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개정내용의 골자는 ▲당국의 금융기관 감독권한 확대 ▲외부감사제도입 ▲자산에대한 자본비율인상 ▲유동자산 선정기준강화 ▲보다 상세한 업무보고서 제출등이다.
금융법개정강화에 대한 찬성론자는 항롱뱅크등 유수은행도 도산하는 마당에 예금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고 그래야 3대 금융시장의 위치를 유지할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반대론자들은 도산의 원인은 자본금이나 유동성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부실과 고의편중 대출등이 문제로 법개정으로 사고를 방지할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또 그동안 자유방임주의가 3대 금융시장으로서의 주요 요인이었다고 주장한다.
특히 일본계 은행들은 주업무가 대출이어서 아예 예금을 받지않을테니 규제대상에서 제외시켜달라는 의견까지 제시하고 있다.
한국은 제일은행등 5개 시중은행과 외환은행등이 영업활동을 하고있는데 자본금비율이 인상되면 추가출자를 해야하는 부담이 있다.
이곳 금융전문가들은 훙콩정부의 금융법개정내용이 당초 계획보다 온건한 방향으로 가지않을수 없올 것으로 보고있다.
영향력이 큰 미 일계 은행들이 강력한 반발을 보이고 있어 실물정제의 뒷받침이 없는 홍콩에서 외국은행들이 뗘난다면 홍콩경제에 큰 타격을 줄것이기 때문이다. 【홍콩=박병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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